각자 위치로

by 김하정

긴 연휴를 지나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습니다. 북적거리다가 휑한 구석은 있지만 단출함도 오랜만인 듯 싫지 않습니다. 오늘은 제 위치 찾아주는 일에 서로 분주할 수밖에 없겠구나 합니다. 그런 다음에라야 호젓함을 누려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우선은 카센터가 문 열기만을 기다렸다 차를 맡기고 돌아옵니다. 장거리 운행 전에 미쳐 점검하지 못한 탓이겠지만 운전 도중 소음기가 고장이 났습니다. 상상초월의 굉음을 내는 통에 며칠을 폭주족으로 살았습니다. 당장 불편함도 불편함이지만 옆 차와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두려울 만큼 죽을 맛이었습니다. 준비 없었던 것에 상응하는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지요. 그것 말고는 대체로 여유로워 좋았지만 축제란 길지 않아야 된다는 이유 중에 숨어 불편함을 빨리 해소하고 싶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함께 사는 세상에 민폐를 끼치는 당사자가 돼봤으니 더 조심하게 되겠지요.

하루쯤 차 없는 불편함도 기꺼이 감수하기로 합니다. 어쩌면 본래 없던 것인데 응당 있었던 것을 전제로 하니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겠지만..

제자리 찾아가는 것만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왜 못 했을까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 엇박자가 나봐야 물 흐르듯 한 일상에 감사한 마음이 생깁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날이 그날 같다고 불평했던 맘도 저만치, 똑같은 매일이 주어지기까지도 쓸고 닦고 정리가 따랐기에 유지될 수 있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내게 인색해왔지만 표나지 않아서 그렇지 열심히 살고 있었네, 순순히 인정해 줍니다.

집안 곳곳을 둘러보며 하나둘씩 수정을 거칩니다.

일상이 잘 보존돼야만 그것을 토대로 약간의 변화를 주었을 때 빛이 나는 법이겠죠? 무턱대고 새로운 것을 영입할 생각은 없습니다. 늘리지 않는 것만도 정리란 생각입니다.

점검하는 시간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내 자리 같습니다. 아이들도 감기 뒤끝인지라 병원 다녀왔다 전화 오고 제 나름 재정비하는 모양입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다 모이기로 합니다. 따로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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