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도 대물림되나 봅니다

by 김하정

시골집에 다녀온 며칠은 이래저래 어수선합니다.

구순 중반을 아슬아슬 견디고 계신 엄마와 그 곁을 지키는 언니를 두고

몸만 빠져나온 기분이랄까...

언니 한 사람의 불편함으로 여러 형제들이 누리고 있는 이 편안함이 한없이 불편합니다.

다시 언제 그랬나 싶게 일상으로 돌아가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겠지만,

이때만큼은 염치가 머무는 중입니다.

지팡이에 의지해 손 흔드는 엄마, 그 옆에 언니의 모습이 점점 멀어질수록

서운함이 역력한 엄마의 눈빛만은 더욱 크게 따라왔습니다.

하루 먼저 상경한 둘째 언니가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출발해 올 걸 후회도 해보지만 언니도 매한가지였을 겁니다.

면사무소 앞을 지나 겨우 이만치 오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깻잎, 풋고추가 남아있다고...

언니만 살짝 나와 받아왔습니다.

하늘은 무참히 파랗고 구름은 펑펑 피어올랐습니다.

식탁 위에 펼쳐보니 올망졸망 많기도 합니다.

오이 호박 가지 토마토 양파...

부러 사서 얼려놓은 생선 봉지에 날짜와 연도가 적힌 쪽지가 붙어 있습니다.

곡식 자루에 수확한 연도를 적어 꽂아 두곤 했던 엄마를 닮아 있습니다.

습관도 대물림되나 봅니다.

차라리 이런 날에는 헤어 나오려 하지 말고 흠뻑 젖는 게 상책입니다.

삼발이에 가지를 쪄서 무치고, 깻잎 한 장 한 장에 양념을 올리며 부산을 떱니다.

된장찌개에 풋고추, 양파를 썰어 넣다 매운 기가 훅 들어와 눈물이 핑 돕니다.

7월 한여름인데 하늘은 애국가 4절처럼 공활합니다.

멋쩍어 올려다봤던 시골의 하늘과 맞닿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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