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암 아랫마을에 약수터가 있습니다.
등산객을 비롯해서 주변 사람 누구나 식수로 쓰고 있을 만큼 여러모로 충분합니다.
시골 가면 식탁 밑에 식수 통이 여러 개 준비돼 있어서 밥을 안치거나
차를 끓이는 거의 모든 먹고 마시는 것을 해결합니다.
동나기 전에 채워 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번에는 장마로 인해 수질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답니다.
당분간은 수돗물을 끓여서 먹고 있다고 했습니다.
언니가 커피 핸드 드립 하듯 주전자를 높이 쳐들고 물줄기를 길게 낙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공기 중에 노출돼서 죽은 세포가 살아나듯 물 또한 숨을 쉰다네요.
과학적인 근거가 있든 없든, 기도처럼 살아나라 살아나라 경건한 의식을 치르는 것 같았습니다.
본래에는 수돗물일 뿐이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약수 보다 더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소비돼버린 지난 시간들도 살려내고 싶었습니다.
어제의 핸드 드립으로 어제 없던 것이 오늘 있기 시작하고 또 더 해가면서
무의미한 날들에 괜찮은 이유를 하나씩 만들어 가는 일, 우리의 순명 같습니다.
이름 없는 풀꽃들에 이름표를 달아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