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대학 들어가서 나름대로 잘 펼쳐가고 있으니 이제는 내 몫으로 작은 시도들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에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내게 주는 첫 번째 사치스럽고 고급 진 선물이었습니다. 아이들 졸업하기도 전에 이런 여유 가져도 될까
망설였지만 그나마 습득력이 있을 때 해보기로 했습니다.
햇수로 2년째, 귀는 예민한데 손이 마음처럼 되질 않습니다.
이쯤 되면 포기를 종용 받고 수락할 수도 있겠는데 다행히 가르치는 분이
인내심 강하고 수업받는 학생도 무모할 정도로 학구열이 좋습니다.
지금은 2권 마지막 곡 보케리니 "미뉴에트" 곡을 연습 중입니다.
수업받고 나면 유튜브로 전곡을 듣고 몸에, 귀에 익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즐겨 듣는 연주자가 탄탄한 실력을 갖추기도 했지만 유독 이 곡에 댓글들이 많았습니다.
하필, 입시 영어 듣기 평가 시작하기 전에 주의 사항을 설명할 때 배경음악으로 깔려있나 봅니다.
고3 수험생 시절을 거쳐 본 사람들의 애환이 가득했습니다.
모두의 기억 속에 음악이기 이전에 긴장된 순간, 좌절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멘트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웃프다"는 표현이 가장 잘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자연, 우리 아이들이 거쳐 온 시간도 다름 아니겠구나 싶어 짠합니다.
우리 때 입시 문화와는 달라서 미처 헤아리지 못한 부분들이고,
헤아렸다 한들 어차피 헤치고 나가는 건 아이들 몫이었겠지만.
거기다 대고 '허들은 전력질주해서 넘어줘야 맛이고, 림보는 힘을 뺀 다음 가장 낮고 유연하게
빠져나오면 그만이라고 했던 말이 아이들한테는 얼마나 재수 없었을까 싶어 슬쩍 미안해졌습니다.
엄마 초상화를 끝으로 쉬고 있었는데 한 달 전 우연히 소묘 동아리가 결성됐습니다.
챌린지에 올릴 사과를 그리는데 둘째 아이가 "노동요"로 통한다는 이마트 로고송 2배속을 틀어주며 재촉합니다.
입시 미술 준비할 때 친구들끼리 이 곡을 틀어놓고 연습했었다고 합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제시어에 맞게 그려내는 속도전이었으니 그럴만했겠습니다.
실제로 손놀림이 빨라진다고 합니다. 효과 있으니 엄마도 그렇게 해보라네요.
복수하는 것도 같은데 그 초조함을 이런 식으로라도 느껴보고 싶어서 복수라도 좋겠다 싶습니다.
나나나나~~ 따라 부르며 사과에 어둠을 몰아주고 있습니다.
순간순간 시험대에 오르는 일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그때마다 긴장되고 나만 겪고 있는 것처럼 외로운 시간들이 똬리를 틀고 있겠지요.
왜 이렇게까지 나를 증명해가며 살아야 되나 회의감도 있겠지만 통과했을 때의 희열이
우리를 살게 해주니 해보는 거죠.
안 해도 무방한 것에 기운 빼지 말고 내일을 도모하기 위해 지금 할 수밖에 없는 거라면 해보기로 해요.
미뉴에트 곡을 자청해서 틀어놓고 영어 듣기 연습을 하고, 노동요를 틀어놓고 속도를 내며
미리 익숙해져 버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렇게 통과하고 나면 가진 자의 여유로움으로 그때는 그랬었다고 후일담을 얘기하고 있을 겁니다.
모두의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