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동백 꽃

by 김하정

새벽에 남편 출근 시키고 다시 눈 붙였는데 맹렬한 매미 울음소리에 더는 모른 척할 수 없습니다.

매미는 아랑곳없이 제 할 일을 할 뿐인데 늦지 않게 깨워준 셈입니다.

좌충우돌했던 시간들도 낭비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시간들을 좀 더 쪼개서 썼더라면,

이제야 아쉬워 그 도움 없이도 오래 누워있을 수는 없습니다.

매미 또한 너무 오랫동안 땅속에 머문 시간을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딸아이가 방학을 틈타 친구랑 좋아하는 밴드 공연 보러 갔는데

끝나고 숙소로 이동 중에 매미가 머리 위로 툭툭 떨어지더랍니다.

가로수 밑 바닥에도 이미 즐비해서 밟지 않으려 진저리 치며 뛰어갔답니다.

아직 질 때가 아닌데 폭염을 이기지 못한 걸까 기후변화로 모두가 몸살을 앓는구나 했습니다.

무심하게 툭툭 떨어지는 동백꽃 같았겠구나.

어제까지도 또렷하게 눈 마주쳤는데 오늘 아침 발밑에 송이째 툭 떨어지던 동백꽃처럼...

저녁 먹고 허공에 연기 내뿜고 들어오는 남편 손에 굳이 매미가 들려 있습니다. 다행히 살아 있습니다.

매미의 낙하를 보고 들은 우리로서는 더욱 소스라칠 수밖에 없습니다.

영문도 모르는 남편은 이 격한 반응이 즐겁기만 합니다.

목격담을 들려주고 본래 있던 자리에 두고 오는 것으로 갈무리했습니다.

여름 한 철 자기 존재를 울음으로 알리다가 여름 끝나갈 무렵 무더위와 함께 사라지는 걸 보면

가는 모습도'겁나게 이타적이네'했던 적이 있습니다.

긴 땅속 생활에 잠깐의 외출이 마지막일 수 있는 매미의 역사 앞에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기왕 길어지고 있는 여름, 오늘 매미가 내년의 그 매미가 될 수 없을 테고 오늘 매미에게

생명 연장이라는 선물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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