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먹었습니다. 흐흑!

by 김하정

아이들의 입시가 시작됐을 때 여행은 암묵적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각자의 일정 탓에 함께 모이기가 어려웠습니다.

방학 기간에도 졸업 작품에 매달려 있어 다크서클이 볼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개강하기 전에 이번에는 작정하고 준비합니다. 그래봤자 1박이지만 ..

시장을 보고 오이소박이를 담그느라 분주합니다.

가져가기보다는 다녀왔을 때 허전하지 않게 멸치 액정을 넣고 버무립니다.

김치냉장고에 넣고 "맛있어져 있어야 돼' 어려운 명령을 하달합니다.

다 끝났다 했는데 액젓 냄새가 난다고 해서 촛불을 서너 개 켰습니다.

아이가 슬그머니 식탁 앞에 앉아 촛불을 바라봅니다.

후루룩 촛농이 흐를 때마다 "안 돼" 안타까워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렁그렁 후루룩 눈물 같습니다.

크리스마스 전야 같다고도 합니다. '그러네. 여러분은 지금 여행 전야를 즐기고 계십니다.'

촛불에 아이 얼굴이 그윽합니다. 예쁩니다. 뭐든 반성해야 할 것 같답니다.

고해하세요 했더니 "너무 많이 먹었습니다. 흐흑" 합니다.

회개란 계획에 실행까지 포함되는 거라고 했더니 속죄하듯 "운동하겠습니다" 합니다.

풍채로 보나 하중으로 보나 정작 큰아이가 해야 할 것을 딸아이가 대신하는 것만 같습니다.

주객이 전도된 고해를 듣자니 바라보는 마음도 "흐흑"입니다.

뭐든 행사 전날이 기대 탓일까 설레기 마련입니다.

내일은 내일이고 이 시간은 이 시간대로 소중합니다.

스칼렛 오하라처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겠습니다" 바로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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