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통은 가을바람을 타고

by 김하정

입추, 처서가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결이 다릅니다.

훅 스치며 지나가는데 더위에 밀려 잠깐 잊고 있던 것들이 잡풀처럼 일어섭니다.

이게 뭘까 여러해살이 동물의 촉이 발동합니다.

다들 있는 게 나만 없는 것 같고 긴장되고 초조한 마음

준비되지 않은 자의 자격지심에서 오는 쫓김입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가 아니라 '다급함은 가을바람을 타고'입니다.

이러다 불쑥 겨울이 올 것 같고 사소한 것까지 걱정으로 돌변합니다.

모든 걱정은 패션시장처럼 한 계절 앞서 옵니다.

언니가 "그거 서민통이야" 너무도 명쾌하게 대답해서 바람 빠진 축구공처럼 웃었습니다.

자의반 실직했고 뭘 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시에서 운영하는 각종 강좌를 훑고 당장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을 추려냅니다.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완급을 조절합니다.

양쪽 다 내게는 자산으로 작용해 줄 것들이라서 먹개비처럼 종횡무진 해 볼 양입니다.

작정하니 뜨거운 라떼 한잔 마신 듯 누그러집니다.

'안 되면 되게 하고 없으면 있게 하고' 쉰 소리 같아 더 언짢아지던 말이 진리처럼 다가옵니다.

그래 돼보자, 있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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