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비바람에 천둥 번개가 치고
주차된 차들이 질겁한 채 경적을 울려댔습니다.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했습니다.
무생물들이 생물처럼 간 떨어질 뻔했다고
불빛을 깜박여 가며 놀란 표정을 하고 소리를 내는데
정작 생물인 나는 정박한 배처럼 고요합니다.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무감해가는 것 같아 그게 두렵습니다.
그럴 때마다 확인 들어갑니다.
날 숨 들 숨 잘 작동되고, 손가락 움직임 괜찮고
사물에 이름들 시계, 마우스, 볼펜.. 되뇌어 보며
살아있구나 싶은 게 물리적 이상은 없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보통은 사랑이라거나 일에 내 이상의 것을 쏟아붓고 났을 때
잠깐 오는 후련한 무중력 상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렇게까지 다 소진했는데
빈손인 것만 같을 때 찾아드는 증후일 겁니다.
아쉽게도 둘 중 아무것에도 해당되지 못해 민망하기까지 합니다.
단지 더위라는 것으로 옴짝달싹 못했던 생각이라는 버튼이 가을바람에
얼음 땡 하고 서서히 해동되는 과정에서 오는 일시적인 버퍼링으로 믿고 싶습니다.
거창하게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인데 꽃을 보아도, 나무를 보아도
무감이라면 사람의 책무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이 상태가 오래가지 않게 외부의 힘을 빌려보기로 합니다.
시장을 보고 주위를 걸으며 간밤의 흔적들을 훑어봅니다.
다행히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보며 노랗게 물들 날을 기대하게 되고
진초록에 덩굴과 풀들, 이른 수확을 앞둔 벼 이삭들에서 왕성한 생장을
옮겨 담고 싶어집니다.
무감하지 않기 위한 내 나름의 처치입니다.
적어도 삶을 대하는 태도로 무감을 가장 경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