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분명 겨울에 접어들었는데 봄비처럼 소담 소담 내렸습니다.
베란다 난간에 가로로 대롱대롱 빗물이 매달려 있습니다.
자연스레 " 봄비 속에 너를 보낸다. 쑥순도 파아란히 비에 젖고 목매기송아지가 울며 오는데~"
황금찬 님의 '보내놓고'라는 시를 읇조리고 있었습니다.
12월을 못내 보내줄 수밖에 없으니, 새해 새봄처럼 1월부터 봄이고 싶은 건지...
"당신은 그게 돼?". "시골에서 나고 자랐으니 자연현상들이 연동이 돼서 내 시처럼 체화돼 있나 봐.
나의 근원지가 시골이어서 다행이고 감사해." 아직 내 기억의 회로가 쓸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오전 근무를 마친 남편이 짬뽕 한 그릇 하자고 불러내 준 덕분입니다. 메뉴 선정도 비 오는 날 선짓국을 먹고 싶었을 텐데 내가 워낙 핏덩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질색해서 양보한 것일 테고..
일을 놓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묵은지처럼 될까 봐 염려해서 마음 쓰는 것이리라.
식당을 나와 차 쪽으로 이동하기 전에 모퉁이로 남편이 사라집니다. 선홍색 국물을 가득 채우고도 허기지는 걸까 마음에 군불 지피러 가는구나 합니다. 내가 채워주지 못한 부분이 있겠지.. 짠하기도 자책 같기도 하는 것이 쓱 지나갑니다. 내년엔 금연 좀 해, 애원해도 유독 그 부분만은 까딱 않습니다. 건강하게 오랜 벗으로 함께 하고 싶은 맘을 알까 싶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시멘트 바닥을 뚫고 있는 것을 지켜봅니다. 빗물이 한 데 모여서 낙하하는 곳, 그곳만 패어 있습니다. 노력은 아니겠지만 노력처럼 보였습니다. 한 곳을 향하면 저렇게 패일 수 있구나. 나는 세상 어디를 공략하고 있는지, 그럴 맘이라도 있긴 한 건지 잠깐 샛길로 빠져 듭니다.
이래저래 소득 없이 미궁으로 치달을까 봐 그만둡니다. 승산 없는 잡도리 대신 가는 길에 동태탕 거리나 사가야지 합니다. 금연을 목적으로 남편의 맘이나 공략해 볼 요량이었지요. 내 맘도 추려내지 못하면서 포부는 크고 봅니다.
저녁으로 두부, 쑥갓, 대파 듬성듬성 뜨끈한 국물이 캬~~ 소리까지는 좋았는데 공략까지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마음의 일이라 그렇습니다. 빗물이 한 곳으로 모일 수 있도록만 자꾸 유도하다 보면 노력이어도 노력 같지 않게 낙하해 주겠지 합니다. 내 일이든 남편의 일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