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전하지 못한 이야기
"나도 네가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아.
그리고 그게 진심이었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그 진심이 나에겐 이제 너무 무겁게 느껴져.
예전엔 네가 나를 챙겨주는 게 고맙고 따뜻했는데,
어느 순간부턴 그 마음이 내 일상에 계속 스며들어서 내가 한 말이나 행동 하나에도 네가 상처받을까 봐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
그러다 보니 내가 숨이 막히더라.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네가 싫어서 거리를 두는 게 아니야.
네 감정이 너무 커서,
그 안에서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어서야.
나한테 마음을 접지 못한 네 모습이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이야.
내가 널 아프게 만든 것도 알고 있고,
그래서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도 알아.
근데 네가 너무 진심이라서 차갑게 밀어내기도 힘들어.
그래서 말을 흐리게 했어.
지금은 그냥... 나도 나답게 살고 싶고,
네가 나 없이도 괜찮아지는 걸 보고 싶어.
네가 정말로 괜찮아지고 나면,
그때는 예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며 얘기할 수도 있을 거야.
그게 다시 만나자는 뜻은 아니야.
그냥 서로의 존재가 더 이상 상처가 아닌 상태로 남는 거.
그게 내가 지금 바라는 전부야.
나도 여전히 네가 좋은 사람이란 걸 알아.
다만 지금은 그 좋음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
그걸 부탁하고 싶었어."
" 나도 이제는 예전처럼 감정에 휩쓸리진 않아.
다만,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아.
서툴렀고,
조급했고,
그래서 너를 더 멀어지게 했던 것 같아.
지금의 나는 너에게 뭘 바라거나 붙잡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야.
그저 네가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조금은 따뜻하게 남기고 싶을 뿐이야.
나는 여전히 네가 좋은 사람이었다는 걸 기억해.
그래서 이젠 그냥 남이라고 생각하며 쉽게 잘라내진 못하겠어.
시간이 지난 뒤,
네가 편해질 때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나도 이제 나답게 살면서,
그 속에서 네가 언젠가 나를 떠올릴 때 미소로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지금은 그냥 그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
부담으로 느껴졌다면 미안해.
하지만 이건 진심이야.
너를 힘들게 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고마운 마음으로 기억하고 싶다는 진심."
이 영원에 가까운 페이지를 펼쳐보자.
달력 위의 숫자는 몇 번의 잠으로 녹아내리겠지만,
그 사이에 나는 또 한 번 살아가야 해.
그리움의 끝자락에서 나는 페이지를 한 장 넘길 거야.
이건 기다림의 기록이 아니야.
나 스스로를 되찾는 서사의 첫걸음이야.
더 이상 널 붙잡지 않을게.
그건 잊는다는 뜻이 아니야.
내 안의 온기를 다시 껴안는 일이야.
불안해하는 대신 숨을 고르고,
후회하는 대신 발자국을 남기며,
나는 다시 나를 쓰기로 했어.
짧은 계절이 흘러가고 시간이 나를 다듬을 때,
나는 언젠가 너의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될 거야.
그건 그리움의 흔적이 아닌 완성된 문장의 쉼표였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