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보고 싶지만, 잘 참아볼게
화염 속에서 타버려 재가 된 어제도,
이내 타올라 흔적이 사라질 오늘도,
모두 돌아갈 수 없는 삶일지니.
후회는 하지 않아.
돌아간다고 한들,
너무 힘들었던 그때의 나에겐 다른 길이 없었을거야.
설령 다시는 너와 만날 수 없는 결말로 향한다고 해도,
내 감정이 끝까지 너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아.
이건 너와 내가 꼭 마주해야 했을 시간이었고,
내가 운명을 개척할 힘이 있는지 시험하는 시간이겠지.
모든 개척에는 험난한 여정이 반드시 포함 돼.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 험난한 여정인지,
아니면 막을 내린 서사시의 끝에서 나 혼자 공허하게 지평선을 바라보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어.
한 가지 확실한 건,
다른 결말을 위해서는 내가 한 번 더 용기를 내고,
마지막 퍼즐 조각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 같아.
바람이 많이 차갑네.
내가 아직 살아서 이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다 네가 있어서였지.
그런 생각도 해봤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너와의 관계가 갑작스럽게 타올랐고,
그 여파로 우리 사이가 끊어진거라고.
널 그저 과거의 구세주로 여기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 것 같다고.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어.
그 시간은 부정할 수 없는 내 삶의 일부분이었어.
넌 그 서사의 도중 들어온 친구였고.
결국 난 그 시간에서 승리하고 살아서 돌아왔어.
그러니 더더욱,
네가 없는 내 삶은 상상하고 싶지 않아.
긴 시간을 함께 해 온 친구를 잃는 건 온전한 승리가 아니야.
난 그런 결말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절대로.
곧 바람이 차가워질테니 따뜻하게 입으라는 말을 했었지.
그 시간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네.
감기 조심하고 건강히 잘 지내.
많이 보고 싶지만,
잘 참아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