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모든 여정이 끝나기를 바랄게
지나간 시간은 빛이 바래버렸고, 이제는 한낱 꿈과 다르지 않은 과거가 되어버렸어.
너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너의 목소리를 떠올릴 수 없어.
그때 다른 선택을 내렸다면 지금은 다른 모습이었을까.
홀로 고통을 짊어지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정답이 될 수 있었을까.
한때 내가 결정한 정답이었고, 그게 틀렸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아.
만약을 생각하는 건 아무 의미도 없지.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은 게 다행일지도 몰라.
그동안 몇 번이나 널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는지 모르겠어.
날 전혀 생각하지 않는 너와 그런 널 온전히 홀로 짊어지는 나.
그런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졌을지는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잖아.
너와의 그 시간들은, 지금부터 어느 시간에서 되돌아봐도 눈이 부시진 않을 거야.
지금에 와서는 내게 악몽에 가까운 날들이야.
할 수만 있다면 존재하지 않던 시간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어.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그 당시의 나에게는 분명히 빛이었던 순간이었으니까.
그날의 내가 느꼈던 여명은 빛바래지 않을 테니까.
넌 지금쯤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려나.
알 수 없지.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걸.
다만, 서로에 대한 기억이 더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곳에서 모든 여정이 끝나기를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