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결국 다르지 않았나 봐
나는 우리의 관계가 금이 간 유리잔이라고 생각했어.
깨진 잔을 아무리 이어 붙여도, 그 틈으로 흐르는 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
그렇지만 그 조각들을 녹여 새로운 잔을 만들 수는 있어.
그 새로운 잔은, 이전과는 모양도 크기도 온도도 다를 거야.
그만큼 더 아름다운 모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끝내 깨달았어.
우리의 관계는 금이 간 유리잔이 아니었어.
그저 불꽃에 다 타버린 잿더미였어.
재는 다시 불꽃이 될 수 없어.
잿더미에 다시 불을 붙인다고 한들,
잿가루가 날려 더 맵고 고통스러운 불꽃이 될 뿐이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각자의 은하와, 그에 걸맞은 세계를 품고 있어.
은하가 광활하게 펼쳐진 우주의 해답은 파멸적인 분노도 아니고, 가라앉는 슬픔도 아니야.
모든 사람은 과거의 물결을 밟고, 세월을 따라 미래로 나아가게 돼.
난 우리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어.
그동안 평범한 인연이라면 진작에 끊어졌을 법한 일들이 많았잖아.
그럴 때마다 너와 난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었고, 많은 위기를 더 깊은 관계로 만들어가며 넘겨왔어.
하지만 우리도 결국 다르지 않았나 봐.
이제, 우리도 모든 사람들의 행적을 따라 걸어가자.
어제를 따라 내일로 걸어가자.
안녕.
네가 없는 세상에서 홀로 서는 게 너무 힘들었어.
너무나도 길었던 만큼, 절대 후회하지는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