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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파란 Sep 19. 2023

납작하고 밋밋한 인생

똑같은 일기를 써도 돼



한 때 내 자리 모니터에 붙어있던

'똑같은 일기를 쓰지는 않겠어'


인생 모토였다.


시키지 않아도 매번 일을 벌였고, 종종 거렸다.

사서 고생을 하자니 늘 체력은 부족했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는 쌓여갔다.


과거의 나를 생각하며 현재의 나는 생각한다.

"왜 그러고 살았대"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인생에 더 이상 미련이 없다. 이 정도면 충분히 파란만장하고 넘치도록 다이내믹했다. 앞으로는 납작하고 밋밋한 인생을 살고 싶다.      


반드시 오늘과 다른 내일을 살 필요는 없다. 질서 정연함 속에도 나름대로 혼란은 존재하고 그 혼란을 가다듬으며 잔잔하게 살아가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삶이다. 매일매일 버라이어티한 삶은 이제 사양하련다.



눈물로 얼룩진 수많은 하얀 밤을 보상받기로 하듯 충실하게 까만 밤을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잘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일단 드러눕는다. 학창 시절 별명은 '또자', '그만 자'였다. 어디서든 눈을 붙였고, 이내 숙면을 취했다. 그랬던 난데, 한동안 잠을 잃었다. 내 인생 잠 총량의 법칙을 채우듯 부지런히 자고 있다. 그냥 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게으른 인간이 되려고 한다. 날마다 게을러지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사실 애쓴다고 표현했지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긴 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의 할 일’을 적는 것이 하루의 시작으로 여기며 부지런히 살던 때도 있었다. 도장 깨듯 밑줄을 그어가며 할 일을 해치우며 사는데 익숙했다. 이제 꼭 기억해야하는 일 외에는 굳이 적지 않는다. 그 때 그 때 생각나는대로 하면 된다. 그런다고해서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게을러지기 위한 항목에는 인간관계도 포함된다. 딱히 용건 없는 전화 거는 일에는 소질 없고, 통화보다는 문자가 편하다. 인간관계가 넓지는 않지만,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관계는 끊어내는 중이다. 한 푼의 에너지도 아껴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걸 택했다.     


언제 고개를 들지 모르는 남편의 병도, 덩달아 제멋대로 구는 내 몸도 불안한 일상이지만 내가 앞서 걱정을 한다고 해서 잘 될 일이 어긋날 리 없고, 우려스러운 상황이 순식간에 잘되지도 않는다. 그냥 난 내 마음 편하자고 걱정을 휘감고 지냈는지도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대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것들은 스르르 놓아버리면 그만이다. 딱딱했던 마음이 녹아내린다.     



One of the simplest ways to stay happy is...

Letting go of the things that make you sad.


행복을 찾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들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Banksy 뱅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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