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14년 동안의 커리어에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직장은 나에게 성취감과 무기력함을 동시에 안겨주곤 했다. 열심히 노력했던 프로젝트가 잘 되었을 때,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예상 외로 좋은 성과가 나왔을 때는 내가 그래도 일을 잘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외의 대부분은 열심히 살지만 의미없는 하루의 연속처럼 느껴졌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회사 일을 하는데 할애하는데, 어느 순간 업무가 나에게 의미없는 일처럼 느껴지자 하루가 허무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동안 내가 해보지 않았던 경험들을 하면서 나를 알아가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래서 재택 근무의 장점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2021년 6월 어느날, 강원도 고성에서 1주일 동안 재택 근무를 했다. 일요일 오후에 체크인하여, 토요일 오전에 체크아웃할 때까지 매일 점심 시간마다 바닷가를 거닐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고성에서의 마지막 날인 토요일 오후, 제법 따뜻해진 날씨를 핑계삼아 바다속으로 스쿠버 다이빙을 했다. 수영은 못하지만, 바다속은 궁금했다.
물 속은 고요했다. 오직 내 숨소리만이 온 바다에 가득했다.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바다가 이렇게 좋다니.
바다에 들어가는 것이 좋아져 해양 생태계를 살리는 일이 하고 싶어졌다.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해외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지속가능성 수업도 들었다.
내가 뜻을 정하니 멀게만 느껴졌던 길이 차츰 보이는 것 같았다.
2024년 2월, 고생고생하며 공부했던 MIT에서의 공부가 끝이 났다.
그리고 2024년 3월, 드디어 나는 유럽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