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길을 잃고 길을 떠나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어둠 속의 터널에서
길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
엄마는 무덤이 없다
폭풍우가 몰아쳐도
떠내려가지 않을
내 가슴에 묻었다
벚꽃이 숨 막히게 떨어지는
4월의 어느 봄날
시신을 모신 관은
조심스럽게 영구차에 옮겨졌다.
그 버스에 올라타
장지를 향해 가던 날,
가족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나는 창밖만 바라보았다.
버스는 천천히 산길을 올라갔고,
올라가는 그 길에는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가슴속에는 아직
이별을 놓지 못하고 있었지만,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 길을 가고 있었다.
봄날은 따뜻했고
벚꽃은 여느 봄날처럼
아름답게 흩날렸다.
아니 유난히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자연은 제철을 맞아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쏟아내고 있었다.
죽음과 삶이
한자리에 겹쳐지는 순간,
상실감은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 상실감은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당연하게 지나던 하루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웃고 떠들던 자리도 낯설었고,
매일 반복되던 일들도 의미를 잃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다르지 않을
내일에 공허함을 느꼈다.
당연히 누리던 일상은
더 이상 나를 지탱하지 못했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나는 길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눈앞이 깜깜해졌다.
되돌아보니,
나는 그동안 멈추지 않고
달려오기만 했다.
잘 살아왔는지 행복했는지
묻지도 못한 채,
시간에 쫓겨 여기까지 왔다.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나는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깨달음은 갑자기 온다.
머리에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지는 그 순간,
오래 붙잡고 있던 생각을 내려놓고
다른 방향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늘 버텨야만 한다고 믿었다.
넘어져도 일어나야 했고,
흔들려도 웃어야 했다.
애쓴 만큼 결과가 따라올 거라,
그게 삶의 전부라 여겼다.
이젠 그것으로 족했다.
더 이상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누군가의 기대를 채우려고,
나를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애썼다.
앞으로의 삶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이어야 한다.
내가 나답게
빛나는 삶이 되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속의 진정한 자아를 깨워,
내 마음에 귀 기울이며 살아야 한다.
아무것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젠 내가 단단히 마음의 채비를 하고,
미루지 말고 떠나야 할 때이다.
모든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
낯선 세상으로
떠나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오늘밤,
당신의 마음에
별 하나,
놓고 갑니다."
[시안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