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Martian, 2015) - 영화 리뷰 에세이
| 작가의 상상력 그리고 나는 자연인이다.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의 한 명으로써 좋은 작품을 보게 될 때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지? 화성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이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멧 데이먼의 훌륭한 연기에 감탄하며 극에 몰입되어 있는 와중에 불현듯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방송이 떠오른 것은 필자의 엉뚱한 상상력 때문일까? 아니면 마크 와트니가 놓여 있는 환경과 자연인들이 놓인 환경에 대한 유사성일까? 이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극한의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는 마크 와트니를 보면서 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 고립된 다는 것은……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외로움을 스스로 선택할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인의 ‘人’이 서로를 기대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누군가와 공감하며 살아가는 것일 텐데. 하지만 동료의 과실을 원망하지 않으며 어떻게든 생존하려는 마크 와트니를 보면서 그동안 내가 상처를 받았던, 그리고 원망했던 사람들에게 왠지 미안해진다. 물론 의도적으로 사기를 치려는 사람은 제외하고 말이다. 그러다 문득, 작가가 너무 슈퍼캐릭터를 만든 게 아닌가 하는 현실적인 공감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 나라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론, 이 가정은 내가 NASA에 발탁되어 우주 탐사를 갈 수 있다는 가정하에 가능한 상상이겠지만, 현실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혹시 가능할까? 상상은 해볼 수 있겠지만, 하이드라진에서 질소와 수소를 분리할 지식도 또 그 수소를 이용해서 물을 만들어낼 능력도 없으니…… 그런 지식을 갖고 있다 한들 4년이라는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홀로 지내야 한다면 멘탈이 견디지 못할 것도 같다. 아마도 홀로 남겨진 순간 세상에서 가장 넓고 멀리 떨어져 있는 무덤을 가진 최초의 인류가 되지 않았을까? 그래도 남들이 가지 못하는 곳에 가보았으니 누군가가 먼 훗날 찾는다면, 호모 마션그래이브투스 쯤으로 남겨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나는 자연인이다.
엉뚱한 연관성 일지 모르지만, 가끔 채널을 돌리다 멈춰서 보던 자연인들의 이야기에서 아마도 현실에서 가장 유사한 마션이 그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업의 실패든, 사랑의 실패든 저마다 상처를 갖고 자연에 치유를 맡긴 사람들. 그 외로움들이 사람들에게 상처 받는 것보다 낫겠다는 그들의 선택이었겠지만, 반대로 그들을 버린 세상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들이 홀로 화성에 남겨진 마크에 감정이입이 되어 한없이 외롭고 쓸쓸하고 막막한…… 그러다 보니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 그래도 인간의 의지란
화성에 홀로 남겨진 과정. 한 달 밖에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서 500일 동안 버티고 천장이 뻥 뚫린 우주선의 발사를 기다리는 앙상하게 마른 마크의 절제된 눈물 속에서 이 영화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감정이입이 항상 부족한 필자의 성격이지만, 이 장면을 보면서 그와 함께한 1시간 남짓의 여정에 격하게 공감하고 눈물을 살짝 머금었다.
극한적인 외로움을 살다가 몇 번을 느껴볼지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들이 온다면, 좌절만 하지 않고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비록 다짐일 뿐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