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의 브런치 글이 모였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쓴 것이 올해 7월 22일. 3달 동안 조금씩 조금씩 글을 썼고, 오늘로 30번째 글을 쓰고 있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이런 주제의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다.
쓰다 보니 29개의 글에는 공저를 집필하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담기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글쓰기의 어려움', '글쓰기 공부하면서 배운 것',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것' 등이 주제가 되어, 초보작가인 나의 엉망진창, 고군분투, 얼렁뚱땅 글쓰기 과정을 쓰게 되었다. 그 기간 동안 나의 거의 모든 것이 첫 종이책 쓰기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29개의 글을 쓰며 시간은 흘렀고, 드디어 나의 첫 책 <어쩌면 예술 일거야, 우리 일상도>의 예약판매 중이다. 다음 주면 인쇄된 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종이책을 만나게 될 즈음,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바로 '브런치북'을 만들어보는 것.
사진: Unsplash의 freestocks
브런치북을 만들면서 책 만들기 경험하기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A4 1장 반 분량의 글 40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매력적인 목차와 제목들도 필요하겠지만, 일단 글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글쓰기 책에서는 블로그나 브런치 같은 글쓰기 플랫폼에 나만의 글을 쌓으라고 조언한다. 가능한 이런저런 글을 많이 써두면 나중에 책의 원고를 쓸 때 활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도 공저 초고를 쓸 때, 블로그에 써놓았던 글을 활용했다. 나의 일상을 써놓았던 블로그 글 중에 공저의 주제와 맞는 글을 찾았다. 2개의 글을 합쳐서 하나의 글로 만들기도 했다. 블로그 글이 초초고가 되는 샘이다.
브런치 북을 만드는 과정도 책 만들기와 비슷하다. 현재 브런치에서 제공하는 브런치북 만들기 시스템은 2종류다. <연재 브런치 북 만들기>와 <브런치북 지금 발간하기>. <연재 브런치 북 만들기>는 매일 스스로 정한 요일에 맞춰 새 글을 연재하는 것이다. 옛날 신문에 연재되었던 소설처럼, 정해진 마감시간을 지켜가면서 글을 써야 한다. <브런치북 지금 발간하기>는 나의 경우처럼 이미 쓰인 글이 있는 경우, 목차를 구성하고 단행본과 같은 완성 작품을 발간하는 것이다.
<브런치북 지금 발간하기>에 도전해 봤다. 제목을 정하고 책 소개를 정리하는 것은 고민이 필요하니 일단 목차에 나의 글을 전부 넣어보았다. 브런치가 권장하는 글의 개수는 20개, 권장하는 읽는 시간은 60분. 하지만 나의 글은 30개, 읽는 시간은 128분이었다. 글의 양이 너무 많다. 브런치의 권장량을 존중해 본다. 한 번에 후루룩 읽기 쉬운 개수와 읽는 시간을 고려한 것일 테니.
그렇다면 나의 글을 놓고 고민을 해봐야 한다. 2개의 브런치북으로 발행해 볼 수도 있겠고, 좋은 글만 모아 1개의 브런치북을 발행해 볼 수도 있겠다. 그래도 30개의 글이 쌓여있으니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이후에도 계속 써야 한다.
글쓰기에 대한 브런치 북을 만든 후, 다음에는 어떤 글을 쓸까 또 고민해 본다. <연재 브런치북 만들기>에 도전해 볼까. 연재를 한다면 어떤 주제로 글을 쓰면 좋을까. 내가 정말 쓰고 싶었던 글을 이곳 브런치에 조금씩 조금씩 풀어놓아볼까. 그러다 약속한 날짜에 맞춰서 글을 쓰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새로운 일을 하기 전에는 항상 해볼까 하는 마음과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오간다. 그냥 해보는 게 정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주춤주춤 하게 된다.
나의 브런치 첫 글에 담았던 이윤영 작가의 글을 다시 떠올려본다.
처음부터 잘 쓰려는 사람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한 줄이라도 좋으니, 못 써도 좋으니 일단 매일 써야 한다. 그것이 글을 잘 쓰는 최고의 방법이다. 글쓰기에서 '너무 잘 쓰려는 마음'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꼭 기억하기 바란다.
-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 (이윤영) 중에서
'너무 잘 쓰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일단 쓴다.
꾸준히 쓰는 것이 나를 구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