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_ 당근 알바를 뒤져보았다
명품빽 한 번 산 적 없이 살아왔다. 결혼 후 나를 위한 조금 과하다 싶은 지출은 책 정도였다. 3만 원 이상의 옷, 신발, 가방을 사본 적이 없었다. (몇 년 전 덕질을 시작하면서 굿즈를 사 모으기는 했지만, 그것도 멈춘 지 오래다.)
아이들이 아기일 때 독박 육아를 해야 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일을 쉰 적도 없었다. 남편의 수입이 불규칙적이었기에 돈을 모으기 어려웠다. 월급이 몇 달 동안 0원이었을 때도 있었으니까. 이리저리 돈을 돌려 가면서 아이들을 키웠다. 이렇게 아끼면서 열심히 살았는데 돈이 없다니.
없는 돈을 모으고 모아 아이들과 함께 했던 몇 번의 해외여행과 국내 여행, 콘서트 관람 같은 것을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외식도 하지 말고, 책도 사지 말고 그 돈을 모두 모았어야 했나. 요즘 유행하는 '무지출 챌린지'를 보면서 죄책감과 후회는 커져만 갔다.
돈 걱정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나의 상태를 알아차린 인터넷 알고리즘은 각종 돈벌이 광고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무서운 세상이다) 각종 투자와 사업들로 성공한 사람들의 홍보글이 가득했다.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유료 강의를 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또 다른 광고글과 만나게 된다. 살짝 성공하고 그 짧은 성공을 강의로 풀어서 돈을 버는 거구나 하며 혀를 차다가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소액 경매, 단기 임대, 온라인 마케팅, 구매 대행 등등 생소한 단어투성이다. '혹시 나도 그들을 따라 하면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알고리즘은 인형 눈알 붙이기 같은 진짜 '부업' 광고도 공유해 주었다. 문구나 장난감 같은 것들을 조립하거나 포장하는데 한 개에 100원 조금 넘게 받을 수 있단다. 종일 포장만 하면 하루에 얼마나 벌 수 있을까 따져보려다가 '이건 사기!'라는 첫 번째 댓글을 보고 뒷걸음쳤다.
알고리즘의 무차별 공격을 받으면서 당근 앱을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당근에서도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바몬이나 알바천국 같은 아르바이트 전문 앱을 들여다보기는 아직은 두려웠다.
젊은 시절 나의 아르바이트는 '과외'였다. 대학생 때는 물론이고, 퇴사와 재취업 사이에도 과외를 했다. 30대에는 풀타임 일을 하면서 과외를 했었다. 투잡을 할 만큼 체력도 충분했고, 에너지도 남아돌았다. 그러다 보니 한 번도 아르바이트를 나의 일자리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프리랜서 강사로 일할 때는 날짜, 시간 대중없이 강의 의뢰가 들어오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니 나는 수 십 년 동안 아르바이트 시장을 들여다본 적이 없는 샘이다. 아니, 아르바이트 시장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될 만큼 상황이 나쁘지는 않았던 거라고 할 수 있겠다.
당근을 통해 살짜쿵 들여다본, 나 같은 50대 여성 대상 아르바이트 시장은 이러했다.
내가 사는 곳이 관광지라 그런지 카페 일자리가 많았다. 시급 1만 원이 조금 넘었는데 오십이 넘는 나를 아르바이트생으로 받아줄까 싶었다. 지역의 특성상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고급스러운 대형 카페들이 많다. 그러니 더더욱 가게 분위기를 밝게 해 줄 젊은 사람을 뽑지 않을까. 게다가 나는 카페 알바 무경력자이기까지 하다.
그다음 일자리는 식당. 김밥천국 주방 보조에게 300만 원이 넘는 월급을 준다고 해서 눈이 확 커졌다. 하지만 상세 내역을 보고 암담해졌다. 주 6일 근무에 오전 10시 출근이면 오후 10시 퇴근, 오전 9시 출근이면 오후 9시 퇴근하는, 12시간 노동이 기본이었다. 보통의 체력으로는 해내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식당 일자리에 젊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거였다. 힘든 일자리인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나의 일자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들여다보니 무시무시했다. 12시간 몸 쓰는 일 하고 집에 돌아와 다음날 다시 일어나서 출근할 수 있을까, 상상도 되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살아온 거였다.
간간이 보이는 일자리는 아이들 등하교 도우미. 집에서 거리가 있는 도시 쪽 일자리를 검색하면 있는 일자리였다. 일하는 시간에 비하면 오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게다가 어린아이들을 다루는 일이니, 혹시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겁이 났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알게 되었다. 아직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일자리에 대한 미련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아직은 50대니까. 돈 걱정을 하염없이 하고 있지만 무턱대고 아무 일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거다. 아직은 배가 덜 고픈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