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글징글하네요."
턱과 어깨로 스마트폰을 괴고, 두 손으로 암막 커튼을 내렸다.
사무실이긴 하지만 창가 쪽에 작은 서재와 티테이블이 있어, 업무 외 통화를 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안성찬 과장 특유의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거 뭐, 5원 떼기네요.”
잠깐 귀에서 폰을 떼고 주식창을 확인하니, 실제로 마이너스 5원. 입맛을 한 번 다신 뒤 다시 수화기를 귀에 가져갔다.
“횡보가 생각보다 긴데... 뭔가 원기옥 모으는 중 아니겠어요?”
“그러겠죠. 카이스트 출신 기업 사냥꾼이 뭔가 생각은 있겠죠.”
대표는 내로라하는 대학 출신의 젊은 사업가였다. 뒷조사를 해보니 기업 사냥꾼으로 정평이 난 인물. 본인 인터뷰에 따르면 ‘저평가된 전도유망 기업을 되살려 제값 받고 엑시트한다’는 식이었지만, 속된 말로 야로가 그득했다.
대한민국엔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있다. 2021년 기준 중소기업 수만 771만 개. 하지만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2천 개 남짓에 불과하다. 상장이라는 게 그만큼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중 절반의 이름도 생소하겠지만, 사실 이 기업들은 까다로운 요건을 통과한,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회사들이다. 물론 그중엔 부침을 겪다 사라진 ‘좀비 기업’들도 있게 마련. 필로스헬스케어의 전신인 탑필드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뭐, 셋톱박스 팔다가 갑자기 진단키트 하려니 잘 되겠어요? 꼴 보니 당분간 좀 절겠네요.”
필로스헬스케어는 말하자면 ‘쉘(Shell)’, 즉 껍데기였다.
자회사 필로스가 ‘펄(Pearl)’ 역할로 진단키트를 직접 제조하고, 필로스헬스케어는 그걸 독점 유통한다.
이 구조는 영화 작전에도 잘 묘사돼 있다.
한때 촉망받던 인간이 감염돼 좀비로 전락하자, 이름을 바꾸고 겉모습을 번듯하게 포장해 마치 다시 살아난 사람처럼 꾸미는 방식. 탑필드라는 좀비기업을 인수해 필로스헬스케어로 리브랜딩하고, 주가를 띄우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아직 여물지 않았는지, 벌써 2주째 거래량 없이 5원 오르락내리락. 지루한 횡보의 연속이었다.
“진풍처럼 가야 할 텐데 말입니다. 진풍처럼...”
텐배거(10배 수익) — 모든 주식쟁이들의 꿈.
3개월 만에 10배가 오른 진풍제약 덕분에, 신풍으로 인생 역전한 이들의 무용담이 항간에 퍼졌다. 우리도 언젠가 필로스헬스케어가 진풍처럼 될 거라 믿으며, 서로의 신앙심을 북돋우고 있었다.
'그래, 종국엔 천국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렇게 또 마음을 부여잡고 자리로 돌아와 업무에 매진했다.
독실한 신도로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구원이 임하리라는 믿음 덕분이었을까 —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능률이 좋았다.
격무 속에서 한 번씩 주가를 확인하는 게 일상의 작은 낙이었다.
오르면 신이 나서 더 박차를 가했고, 내리면 ‘아직 내 열성이 부족했구나’ 반성하며 근면을 처방했다.
그렇게 장 마감 무렵, 덤덤히 주식앱을 열었다.
'오! 20원이나 상승하며 마감.'
기대 이상의 선전에 차트 창을 켜서 일봉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뭔가 꿈틀거린다!'
이무기가 똬리를 튼 채, 곧 용으로 승천하려는 조짐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