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감 10분 전.
오늘도 키젠을 필두로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코로나 초기에 마스크 관련주가 각광받았다면, 이제는 단연 진단키트주가 대세였다. 특히 수장 격인 키젠의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보유한 자의 영역’으로 진입한 지 오래, 나로선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진단키트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 제2, 제3의 키젠이 누가 될지가 시장의 초점이었다.
- 징.
섹터별 분위기를 훑던 차, 전화 수신 화면이 떴다. 신창현이었다.
“여어, 형님. 무슨 일이슈!”
“무슨 일은... 잠깐 커피 한 잔 가능?”
이미 나는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었다.
커피 마시기엔 다소 늦은 시간이라 카페 안은 제법 한산했다. 그래서였을까, 형의 위치가 금세 눈에 띄었다. 슬며시 옆으로 다가가 화면을 들여다보는데, 인기척에 놀란 형이 화들짝 인사했다.
“야, 오면 인기척 좀 내지. 안 그래도 지금 패닉 상태인데...”
그렇지, 형에게 사건사고가 없을 리 없지.
“왜 형, 또 무슨 일이유?”
입가에 번지는 웃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겉으로는 걱정스러운 말투를 흉내냈다.
“일단 마실 것부터 시키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그리고 카페인 없는 거... 딸기바나나 라떼 한 잔 주세요.”
그러고 보니 형은 건강이 좋지 않았다. 뇌 쪽에 문제가 있어, 예전엔 과도한 스트레스로 사무실에서 쓰러진 적도 있었다. 그런 사람이 왜 하필 주식 같은 위험한 짓을 하나 싶었지만, 사실 나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아니 형, 그래서 뭔 일인데요?”
창현이형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 주름의 골만 봐도 일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이 늙다리 노인네 때문에... 도대체 얼마를 날린 건지...”
마침 음료가 나와 얼른 두 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뭔데, 뭔데?”
형은 말 대신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
“뉴.마.시.스.”
“엥, 이걸로 돈을 날렸다고?”
이번에도 대답 대신 차트를 띄웠다.
“엥?”
처음엔 왜 이렇게 띄엄띄엄 뜨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6연상 차트였다.
“뭐야 형! 자랑하는 거야? 얼마나 넣었는데요?”
형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한 7천 정도 있었는데...”
7천. 절로 침이 넘어갔다.
“...있었는데?”
“내가 전번에 말했잖아. 유료 리딩방 한다고.”
순간, 전에 봤던 이상한 문자 내용이 떠올랐다.
-히트컴퓨터 매수가 3,300원 비중 20%
종목명과 매수·매도가, 비중이 짤막하게 적혀 있었고, 블로그엔 그럴싸한 추천 이유가 달려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
형의 미간은 더 깊게 찌푸려졌다.
“이걸 천 원에 7만 주 들고 있었거든.”
“얼마에 팔았는데?”
“1,300원.”
오늘 종가는 5천 원 후반대. 이 정도면 뚜껑 열릴 만했다.
“그래도 벌긴 했네...”
형이 질끈 눈을 감은 채 힘없이 중얼거렸다.
“아니, 2주만 더 들고 있었으면 3~4억 벌 걸, 고작 2천 벌고 팔았는데 이게 번 거냐?”
나는 가까스로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뭐, 3,4억짜리 아벤타도르나 2천만원 아반떼나 어차피 굴러가는 건 똑같잖아요.”
형의 옹졸한 입가에도 피식 웃음이 번졌다.
“근데, 그 리딩방이랑 이게 무슨 상관인데?”
형은 말없이 문자 내역을 보여줬다.
- 휴마시스 전량 매도
날짜는 정확히 2주 전. 비장한 여덟 글자 아래엔, 형의 애절한 메시지가 있었다.
- 저는 휴마 더 갈 거 같은데... 그냥 보유하는 건 어떨까요?
리딩방 아저씨의 답은 단호했다. 자기가 추천해줬고 수익 구간이니 미련 없이 팔라는 것. 그 돈으로 사라던 게 비트컴퓨터였다. 약수익권이긴 했지만,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손해였다.
“아오, 그냥 리딩대로 한다고 하고 형 생각대로 그냥 가지 그랬어.”
“아니, 그 영감탱이랑 통화까지 했는데, 신뢰 운운하면서 정색을 하는데... 안 팔 수가 있어야지. 게다가 설마 긴급 FDA 승인이 날 줄 알았냐? 암튼 요즘 진단키트들이 난리 블루스야.”
나는 대답 대신 한쪽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그래, 이제 뉴마시스는 퇴장하고, 필로스헬스케어가 막 등장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