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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Jan 08. 2018

고장 난 시계의 추억

그 잃어버린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있잖아요. 그거 알아요?
당신은 항상 나를 말렸지만 결국 나는 한 번도 그 말을 듣지 않았다는 거.
그런데 항상 당신이 맞았어요.


당신은 항상 옳았다.

설령 그게 오직 나만이 경험했던 일이라 할지라도, 당신은 항상 옳았다.


가끔 네가 하는 말들을 들으면 그건 너무 과한 걱정은 아닌가.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불안정한 사람만은 아닌데- 싶었었다.

물론 당신에게 수 없이 많은 실망스러운 모습과 기대었던 순간들이 눈 앞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래도 나는 네가 기댈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었고, 노력하려고 했었기에

때론 내가 약하다는 사실이 지나치게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럼 걔가 네가 필요로 할 때 - 그런 순간이 온다면,

그 누구보다 든든하게 믿고 기댈 수 있는 강한 존재가 되어줘."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었다.


너는 오히려 나보다 나를 잘 알았다.


너는 그만큼 나를 믿었었고, 내가 할 수 있을 때와 없을 때를 잘 알았다.

내가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할 때, 너는 나를 말리려 했었다.


그 무더웠던 여름날, 잃어버렸던 나의 시계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잊힌 시간들이 되었고


그토록 시렸던 겨울을 보낸 나의 계절은 아직 봄을 보지 못했지만

흰색 선을 따라 천천히 유영하고 있다.


너와 나의 거리는 딱 그만큼 더 멀어졌고

다시 그보다 가까워졌다 어둠 속에 잠겼다.


너의 마지막 말은 나를 멈추게 했고 

너만을 맹목적으로 바라보던 나는, 나의 시간 역시 멈추어 버렸다. 


나는 말의 무게를 중시하던 사람이었다.

한참을 머릿속에서 가다듬고 고른 말들이 나아갈 순간을 놓쳐

해명도, 답도, 그 어떠한 것도 되지 못한 채로

내 안에서 쌓여 죽어나갈 때에도 나는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게 적절하지 못한 순간에 말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고,

그 말들을 다시 정리하고 적어 내려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한 사과들이, 내가 한 말들이, 내가 쓴 편지들이

네겐 닿지는 않더라도

내 진심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비록  나는 네게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네 말을 듣지 않는, 이젠 당신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람이겠지만.


네가 비켜간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무수한 단어의 무덤과

잃어버린 시간들을 나는 우두커니 쳐다보며 다시 스스로를

질책하며 그 산물을 곱씹었다.


가빠진 호흡과 함께 턱 하니 목 안에서 걸린 채로 나오지 못한 시간들은

엇나간 채로 금이 간 시계 안에 가두어졌다.


그것은 정확히 11시 55분, 나의 통금 시각이 되기 5분 전의 순간이었다.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볼 수 없던 너와 내가 만들었던 기나긴 하루는 그제야 끝을 내렸다.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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