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듯이 벗어나고 싶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아요.
가장 편했던 사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사람.
그 외에도 수십 가지 수식어들이 떠오르지만 그 모든 수식어들은 나를 괴롭혀왔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잊히기 마련이라는데
내가 지나가는 거리거리마다, 내가 보는 모든 게 다 너와 연관이 되어버린다.
이미 다 잊었다고, 너를 다 정리했다고 자부했던 나인데
왜 너는 내 모든 곳에서 보이는 건지.
나는 이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짜장면을 먹지 못한다.
그건 네가 만들어준 그 가장 눈물겨웠던 생일 선물이었기에.
나는 이제 예전처럼 불빛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건 마지막 겨울, 결국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들을 떠올리게 만들기에.
나는 떡볶이를 더 이상 감히 내가 도전해보고 싶은 음식으로 말하지 못한다.
그건 네가 좋아하던 음식이었기에.
나는 앞으로 꽃과 편지를 선물하지 못할 테다.
그건 내가 너에게 진심을 적어 내려 가던 날들이었기에.
눈이 더 이상 내리지 않았던 이번 겨울,
입김만을 호호 분채로 거리를 걸어다 보면 웃다가도 네 생각이 이내 떠올라 멈칫해버린다.
툭툭 털어내면 좋을 텐데
왜 그 감정들과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는지.
나만 이렇게 계속 매여있는 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원망할 수 없었던 건 네가 그만큼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겠지.
과분한 사람이었다. 너는.
기억들이 점차 쟃바래지고, 감정들이 희미해져 가기를 빌어도 어떤 기억들은 잊히지 않나 보다.
습관처럼 모든 것에서 다 네가 떠올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벗어나고 싶지만, 이미 희미해져버려서 실체도 없이 문뜩문뜩 떠오르는 기억들을 어찌 감당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잊혀지지 않는 과거도 있습니다.
시간도, 감정도, 사람도 해결해 줄 수 없는 그런 시간.
이제 나 간절히 하나 바라는 것은
나에게서 멀어지며
우리 아픈 모든 장면들은
희미해져 웃어넘길 추억쯤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