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좀 더 잘했더라면
너와 헤어진 후 계속해서 맴도는 생각들은
내가 좀 더 잘했더라면
내가 너를 좀 더 보고 싶어 하고
너의 일상을 좀 더 궁금해하고
너를 좀 더 아껴줬으면
어쩌면 우리는 아직 같이 있지 않을까. 였다
우리가 처음으로 싸운 날 - 아니 너는 우리가 단 한 번도 싸웠다고 말하지 않았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했지.
그 처음 날 네가 말했던 다섯 가지 중 나는 뭘 못 지켰던 걸까.
너와 시간을 보낼 때에도 나는 항상 너를 끌어안고 아무런 의미 없이 핸드폰을 휙휙 넘겼었고
네가 나에게 오늘 하루가 어땠냐고 묻던 그 순간들만 답장하기에 바빴을 뿐 정작 네가 어디에 있는지
밥은 먹었는지, 뭘 하는지 그 간단한 연락 하나 못했었고
유독 바빴던 이번 학기를 탓하면서, 다른 친구들과 술 마실 시간은 있으면서 너에게 작은 꽃 하나,
편지 하나 써주기에는 바빴던 날들의 연속이었고
새벽 늦게까지 게임을 할 시간과 체력은 있었으면서 네가 잠시 보고 싶다 할 때 너를 보러 가지 않았던 나를
기다렸을 너의 시간들이
결국 그 모든 게 쌓이고 쌓여 네가 나에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함을 느꼈을 때에도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이
단 한 번도 나에게 먼저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던 네가
울먹거리면서 나를 다 정리했다고, 그만 하자고 했을 때야 어렴풋이 멍했던 내가
이제 와서 조금 더 잘했더라면 달라졌을까 하고 후회를 하는 중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는 말이
내게는 해당이 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처음 너를 보고 반했을 때에는 분명 끝이 없을 약속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먼저 놓아버린 관계를 너는 끝까지 붙들다가, 결국 너도 놓았다.
이 흔하디 흔한 후회를 나는 너와 헤어진 한 참 후에야 다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