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추억. 새 출발.
안녕. 드디어 졸업이네.
일단은 수고했어. 정말로. 짧으면서도 긴 시간 동안 나름 자신만의 의지와 선택으로 가득 채운 너를 네 마지막 결과가 어떻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생각해. 정말로. 적어도 옆에서 본 네 학교 생활은 내가 보기엔 스스로 수고했다고 다독여줄 만하거든.
사실 아직도 잘 실감이 안 나. 저번 달까지만 해도 원서 고치느라 정신없이 계속 글을 쓰고 학교를 왔다 갔다 했었거든. 그냥 뭔가 다시 내일 점심쯤에 일어나서 애들이랑 같이 잠깐 떠들면서 놀거나 연구실에서 막 미친 듯이 실험해야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집에서 부모님이랑 저녁을 먹고 이렇게 글을 쓰네.
졸업식에서 엄청 오랜만에 본 애들은 정말 못 알아볼 정도로 달라진 사람들도 많았지. 그래서인가 봐. 평소와 같은 학교 풍경과 분위기가 조금은 어색했던 게. 나름 깔끔하게 차려 입고 먹을걸 사 들고 가는데 그냥 정겨우면서도 뭔가 달랐어. 학교가 많이 그리웠어 나는. 웃기지. 한동안 우울함의 끝을 달리던 나인데 학교로 돌아오니까 엄청 들떠서 다들 나보고 그렇게 신난 이유가 뭐냐고 묻더라고. 나뿐만 아니라 모두들 그냥 엄청 신나 보였어. 선생님들께 인사드릴 겸, 약간은 수업 방해도 할 겸, 불쑥 열고 들어간 교실에는 정말 다 모르는 얼굴들이 앉아있더라고. 그래서, 순간 엄청 당황했어. 그래도, 오랜만에 나무뿌리차도 마시고, 외투 안 입고 돌아다닌다고, 그리고 손 다쳤다고 잔소리도 듣고, 졸업생이라고 소개받으면서 새로 보는 후배들한테 이런저런 이야기 들려주고 오니까 그냥 신기하더라. 졸업생이라니.
매 학기마다 휴학하겠다고 결심을 했었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잘 버텼나 봐. 힘들었어 나름. 그래도 재미있었고, 소중했고, 많이 배웠어. 여전히 사람을 대하는 법은 미숙해. 그래도. 예전에는 조금은 얕게 사람을 사귀던 나인데, 나를 잘 안 드러내고 그저 듣기만 하던 나인데, 여기 와서 거의 처음으로 고민 상담이라는 것도 친구한테 해보고 약간은 무거운, 그리고 잘 안 하는 얘기들도 계단에서, 방에서, 복도에서, 실험실에서 새벽까지 얘기해봤어. 혼자 별 보러 올라가기도 하고, 아파서 병원에서 링거를 맞기도, 시험기간인데 눈 오는 날 눈싸움하러 가기도 했지. 방음실 가서 드럼이랑, 기타, 베이스도 막 쳐보고, 실험실에서 밤도 새보고, 지붕에 올라가기도 하고, 누워서 하늘도 바라보고 뭐… 진짜 다양한 거 많이 해본 것 같아.
힘들 때나 답이 하나도 안 보여서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네가 해준 말들은 이정표이자 휴식처로 나에게 다가왔어. 내가 힘들 때 넌 항상 옆에서 나를 위로해주고 있더라고. 사실 네가 어제 식당에서 다른 아이들한테 내가 한 행동들, 내가 한 말들을 다시 말하는데 내가 듣기에도 참 웃기더라고. 약간은 부끄럽기도 했고. 조금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참 바보 같은 생각들인데 왜 난 거기에 매여있었을까.
뭐, 아마 계속 그렇겠지. 우리에게 당장 닥친 일들은 그게 아무리 사소하다 해도 그 당시 우리에겐 엄청나게 커 보일 테니. 그래도 조금만 견디다 보면 다 웃고 지나갈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래 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생각을, 아픔을, 감정을 나눴고,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울고 웃기도 많이 했지. 아마 앞으로도 그럴 거고. 사실 지금도 그러지만 그래도. 그냥 이젠 누군가 바로 옆에서 아무 때나 붙잡고 얼굴 보고 얘기할 수 없는 게 아쉽긴 하겠다.
그래도, 많이 그리울 것 같아. 정말로.
그냥. 약간은 묘하네.
다시 한번 졸업 축하해. 너의 새 출발을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