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白夜.

by 청랑

마지막으로 널 끌어안고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간이

가끔 내 머릿속에서 다시 반복되는 순간,

그 시간을 기점으로 함께 해왔던 시간들을 몇 번이 곤 되돌려 본다.


이제는 좀 덜해졌지만

사소한 것에서도 네 생각이 났고

길을 걷다 인형이나 네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보고

무심코 너에게 어울리겠다고 생각하며 사놓은,

여전히 너에게 닿지 못한, 전해 주지 못한 선물들이

책상 위에 줄 세워 놓여있었고


습관처럼 가지고 다니는 너의 편지는

혹여나 구겨질까, 찢어질까 두려워

내 지갑 가장 안쪽에 소중히 보관되어 있으며


네가 좋아하던 노래들로 채워져 있던

나의 플레이리스트 역시 여전히 그대로,

가끔 날이 좋으면 듣는 그런 상태에 있다.


모든 게 좋았다.

춥다며 안아달라고 하던 네가,

가끔 웃으며 사진을 찍혀주던 네가,

보고 싶었다며 먼저 와서 입을 맞추던 네가,

내가 우울해 보일 때마다 먼저 와서 안아주던 네가,

졸린 게 뻔히 보이는데도 나와 대화하겠다고 기다려 주던 네가,


비 맞는 게 좋다며 우산도 없이 돌아다니던 네가,

조용히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전화로 얘기하던 네가

그냥 너라서 좋았던 그 시간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들이

가끔은 사무치게 그리워


문을 굳게 걸어 잠근 나의 방에서마저도

네 향이 날까 두려워지는 밤들이

하나둘씩 천천히 나리는 눈처럼 쌓여 나를 뒤덮을까

복잡한 마음에 잠시 걸터앉은 벽과 거리만이

내가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 같아서


그리도 나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가 보다.

나는 여전히 네가 떠난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너를 그리워한다.


모든 것이 하얀, 오직 네 흔적만이 간간히 색을 비추는 그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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