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저녁을 같이 먹는 것뿐이었는데. 그마저도 떨렸었다.
사실 말이야 너를 만나러 가기로 한 순간부터
생각보다 많이 긴장되더라고.
옷도 나름 다시 깔끔하게 입고
너랑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어디서 뭘 먹어야 될지
얼마나 걸어 다닐 건지 같은
그냥 그런 평소에는 고민도 하지 않았을 것들이
막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엉켜서
결국은 눈 앞에 보이는 옷을 입고
일상 얘기를 하고
네가 있던 곳에서 근처 식당을 갔지.
사실 여전히 왜 떨렸는지 잘 모르겠어.
나도 기억 못 한 우리의 마지막 만남은
미안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3년 전이었거든
네가 사실은 우리 꽤 최근에 만난 적 있다고 했을 때야
그제야 막 떠오르더라고
많이 바뀌었더라
더 귀여워지고
뭐랄까 순해진 느낌
그러면서도 약간은 더 성숙해진 느낌.
그리고 여전하더라
여전히 여기저기서 넘어지는 거
매운 거 잘 못 먹는 거
강아지처럼 웃는 거
간지럼 잘 타는 거
그냥 그런 것들 있잖아.
나도 알아 내가 많이 잘못했었다는 거.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고
연애하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다 떠나서 그냥 오랜만에 봐서 좋았다고.
많이 떨리긴 했지만, 넌 그래도 잘 사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다음번에 널 볼 땐 정말로 4년 후 겠지.
그때까지 잘 지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