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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Jul 04. 2017

감정의 말

그건 네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야. 

같은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이라도 

그 당시의 "내"가 또는 "네"가 어떤 감정인지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였고 

우리 사이에서도 가장 큰 문제이자 

우리가 멀어져 버린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다시 그 문장들을 바라보면 

네가 옳은 말을 하기도 했었고 

내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작은 신호들이 보이는데 

왜 그땐 하나도 보이지 않았을까 


제삼자가 보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서로가 서로의 입장만을 고집하는데 

그때의 우리는 왜 몰랐을까


귀를 막고 서로 소리친 것도 아닌데 왜. 


웃기지. 우리는 서로에게 화가 나 있었던 거야.

우리는 서로에게 서운해했었던 거고 

각자의 사정이 있고 

각자의 감정이 있고 

그냥 하필이면 그 날 내가 기분이 안 좋았을 수도 

우연찮게 그 날 내가 기분이 좋았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생각 안 한 채로 

서로의 말만 전달하기에 급급했던 거야. 


너는 네가 했던 서운한 행동들을 생각 못하고 내가 무책임하다고 말한 거였고 

나는 네게 나름대로 피력했지만, 너에게 더 선택권을 주고 존중하려 했지만, 네겐 그저 나태하게 

보였을 뿐. 


너무 어려워 말이라는 건. 

알아. 우리는 그 누구도 신이 아니고 말로 표현을 해야만 서로 그나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데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감정과 기억에 휘둘려버려. 

편견에 둘러싸이게 되고 그걸 미처 깨닫기 전에 모든 게 흘러가버리지. 


단어 안에 내가 느끼는 그 모든 감정과 시간들을 다 녹여낼 수는 없어. 

그렇기에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오해가 나오고 이야기가 나오겠지. 

대화를 하다가도 서로 감정적으로 변해 버릴 때도 부지기수고 

그게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면 결국 둘 다 지치기 마련이야. 


그래도 적어도 나는 먼저 네게 다가갔잖아. 설명하려 했잖아. 물어봤잖아. 

너는 이미 정해진 답 속에 통보를 했고, 내가 선택권을 넘겼을 때 무책임하다고 소리쳤지. 

알아. 그 모든 문제는 양측의 책임이 다 있다는 것. 


아마 작은 오해가 쌓이고 쌓여 결국

"나"에게 "너"라는 존재가 어떤지 정의하는데 영향을 주었을 거고 

"네"가 과거에 한 행동들과 말들을 바탕으로 나는 또 판단하겠지.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라고? 

누군가 정확하게 말해 줄 때까지 혼자서 생각하지 말라고? 


좋겠다 넌 그런 자기 절제가 가능해서. 


정말로 너는 "그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이야기를 한 거니? 

단 한 번도 간접적으로 소리친 말들에 반응하지 않았니?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오해의 소지가 생기니까 다 내 잘못인 거니? 


글쎄. 그건 너무 1차원적인 부탁 아닐까. 이기적인 부탁이야 그건. 


잘 모르겠어. 말이라는 건, 대화를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야. 

누구나 각자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고 알리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 있지. 

그렇기에 말을 가끔은 둘러서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줬으면 해서  

은유나 비유를 사용하기도 하지. 


알아 어려운 거. 

그렇기에 나와 이야기가 잘 통하고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찾으면 

더 그 사람을 좋아하고 아끼게 되는 게 아닐까. 


너는 말을 제대로 못 하는 나를 탓하지만 

물론 그건 내 탓이 맞지만, 정말로 내 잘못만 있는 거니. 


결국 끝까지 엉킨 걸 풀어내지 못한 우리 잘못 아닐까. 

    

그냥 우리는 거기까지였던 거 아닐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어떻게든 풀어나가려 하지 않은 그냥 이제는 둘 다 

지쳐버린 그런 서글픈 상황. 

그냥 거기까지였던 거야. 너랑 나는. 


그리고 그건 네 잘못도 내 잘못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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