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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Jun 18. 2017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지나간  미련에 대한 애도의 시간.

우리는 지나간 것에 대해 미련을 지니곤 한다.

그게 사람과의 관계가 되었든, 특정한 시간이든, 공간이든,  스스로의 말이나 행동이 되었든지 간에 말이다.  


나 역시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 관계와 사람들이 있고

그 때문에 회의감이 들었던 적도, 눈물과 후회로 밤을 지새웠던 적도 있다.


모든 것을 툭툭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떠오르는 그 생각들에 다시 주저앉았다 과거에 매여 뒤를 돌아보기를 수십번 해보았고

차마 눌러지지않았던 "삭제"라는 버튼을 덜덜 떨며 누르고는 그냥 멍하니 지내보기도 했다.


-
좋지 않은 기억들을 너무 열심히 지우려고 하다보니 좋았던 순간들이 이젠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그럼 안지우면 되는거 아니야?음...
그냥 내버려둬봐. 언젠가는 잊혀지기 마련일테니. 만약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지워지지 않는다면 그 순간은 분명 너에게 무척이나 강렬했던 감정이 담긴 순간이니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지나간 것은 지나갔기에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은 상태로 우리 속에 남아있음이 분명하지만

그 상태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시간이 분명 오래 걸린다.


우리는 누구나 그게 힘든일이라는 걸 알고 있고 누군가 "난 쉽게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아"라고 했을 때 "넌 이성적이라서 좋겠다"라고 부러워 할 때도 있을것이며

그 반대로 "나도 너처럼 감정에 충실했던 인연을 만들어보고 싶어"라고 부러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미련들이 쉽게 잊혀지고 아니고는 개인이 얼마나 이성적이거나 감성적이냐보다는 과연 그 시간들이 개인에게 있어서 얼마나 강렬한 순간으로 존재하냐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사랑을 할 때 열정적이지 않는것은 아니며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매 순간마다 미련에 붙잡혀 살지는 않는다.


결국 순간에 녹아있는 개인의 추억과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에게 받았던 상처나 충격이 컸기에 그게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다시 떠올리지 않고 싶은 기억이 될 수도 있으며

너무 좋았던 순간들이기에 놓기 싫지만 그와 반대로 변해가는 관계를 계속해서 바라보면서 더욱 괴로워지기에 놓아야하는 그런 순간들일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건 개인의 선택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그 어떤 기억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점차 옅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며,

그렇기에 그런 미련에 대해 흘려보내는 시간은 어쩌면 당신과 나 사이의 시간들에 대한

'애도의 시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모래처럼 흩어질 그런 순간들이더라도

당신과 나에게 있어서 중요하고 소중했던 시간들이긴 했으니 굳이. 굳이 그렇게까지 힘들어하며 잊으려하지는 말아줘요.


지금 견디기 어려운 순간들이라면 조금 미뤄뒀다 다시 꺼내보아도 괜찮으니 그저 내버려둬요.


언젠간 다시 돌아올 그 어여뻤던 봄처럼

겨울을 지내며 천천히 조금씩 준비의 시간을 줘요.


미련에게도 애도의 시간을 줘요.

이별을 고할 마지막 기회를.


어쩌면 가장 내게서 힘들었던 일은 나의 미련들과 작별을 고하는 시간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과정들은 생각보다 길고 아팠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시간 후 나는 분명 변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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