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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Jul 29. 2017

잊혀지지 않는 것들

기억의 파편들에 베이다.

천천히 솔직히 아주 금방까진
아니더라도 언젠간 잊혀질 거라고 믿었지 그렇게 믿고 지금까지 견뎌왔었는데
그런 날 비웃듯 
그 기억들이 마치 중력처럼 
내 모든 마음을 너에게로 끌어당기고 있어
벗어날 수가 없어 
-NELL 지구가 태양을 네번


"똑같은 이별 노래를 듣더라도 어떤 연애에서는 더욱 크게 공감된다." 라던 친구들의 말은 대부분의 연애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갔던 나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았었다.


그저 당시에 어떤 곳에 가서 무엇을 했는지만 달랐었을 뿐, 사실 상 서로를 좋아하는 두 사람이 점차 많은 시간들을 같이 보내고 감정이 깊어지다가 점차 서로에게 실망을 하는 부분들이 생겨 그로 인해 다시 멀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냥 매년 일어날 어떤 반복적인 일처럼 누군가를 또다시 좋아하고, 만나서 서로 더 알아가고, 다시 멀어지고 영원히 연락하지 않을 그런 관계를 연애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저런 과정에서도 진심으로 좋아했다는 마음 자체는 변함이 없었기에 이별 노래를 듣거나 사랑과 관련된 노래가 있다면 공감을 하기는 했지만, 애초에 나는 노래를 그렇게 많이 듣는 사람은 아니었으니, 다시 경험을 되짚기 위해 굳이  스스로 찾아듣지는 않았었다.


오랜만에 늦은 오후에 혼자 집에서 나른하게 누워 그냥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있다가 친구와 노래방에 가서 무심코 튼 노래는 더욱 나를 멍하게 만들며 너를 떠올리게 했다. 거기에 추가된 친구의 한마디는 완벽한 피날레로 나를 흔들었다.


"아 그거 알아?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보니까 알겠더라고. 너는 항상 걔만 쳐다보고 있더라"


그 당시 너와의 시간들은 내가 가장 아픈 기억마저도 되돌려서 감상하고 싶을 정도로 소중했고 그리웠다.


너를 잊었다 잊었다 말했지만 실상은 약간이라도 감성적인 상태가 되거나 내가 억지로 눌러둔 감정을 다시 툭하고 건드리면 바로 네가 나오는 그런 우스운 상황이었다. 억지로라도 너를 피해다니려고 했었고 너와의 접점을 막으려했었지만, 신의 장난이었는지 하필이면 그때는 겹치는 수업도 활동 시간도 많아 약간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부딫혀보면서  천천히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자 그땐 정말 억울했던 건

너는 나를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고,

나만 너를 그렇게 불편해 하고 온갖 감정과 생각에 뒤엉켜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엔 너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힘들었었다.


그래서인지 괜히 술이라도 먹으면 좀 그런 생각이 없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오기로 위스키 한병을 병째로 마시고,마치 열병을 앓듯, 하루 종일 끙끙 앓으며 그 독하고 쓴 향에 취해 기억의 파편들 속에서 계속 걸어다녔었다.


"야 지금은 다 잊었어. 더 이상은 안 좋아해. 그냥 뭐 친구지 친구"


피식하고 비웃으며 나를 쳐다보던 친구에게 다른 좋은 노래도 많은데 괜히 분위기 떨어지게 그 노래를 골라서 그런거라고  서둘러 다른 노래를 고르라고 투덜거리며 ㅡ 그 순간 너무나도 독하면서 쓴 향이 깊게 여운이 남았던 위스키의 맛이 괜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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