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물고기

by 황필립

불안과 절망은 어둡고 깊은 새벽의 무거운 하늘 속을 물고기처럼 헤엄쳐 내게로 온다.

내 손과 목을 휘감는 차가운 비늘과

얇고 투명한 부드러운 지느러미가 느껴진다.

물고기가 스치고 지나간 내 살갗이 빗방울로 변한다.

피와 살이 우수수 떨어진다.

망가지고 부서진 몸을 일으켜

항해를 꿈꾸는 배처럼 돛을 올린다.

눈먼 물고기가 되어

살아서도 죽어서도 바다로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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