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by 황필립

내가 죽으면

누군가 울지도, 웃지도 않기를 바란다.

여느 날과 다름이 없기를, 평온한 일생을 보내기를.


내가 죽으면

흐린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 불기를 바란다.


내가 죽으면

내가 죽어서 내리는 비가, 벽돌 사이에서 자라는,

작고 푸른 잡초의 이파리를 촉촉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잠을 잘 곳이 없거나 온전히 휴식할 곳이 없어서

길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옷을 비가 적시는 바람에,

그들이 추위에 떨게 하지 않을 정도로만.

땀 흘리며 모은 페지가 비에 흠뻑 젖어,

고물상에 되팔 수 없게 되지 않을 정도로만.


하늘이 그들 대신 울어주기를.

아주 조금만, 조용하게 울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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