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과 지속가능성
왜 사는가, 라는 거창한 질문에 대한 답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의 동력원을 찾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일이다. 언젠가부터 나의 하루에는, 내가 스스로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호르몬이라 함은, 말 그대로 생물학적인 호르몬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보통 ‘마음’ 같지만 알고 보면 ‘몸’에서 오는 것들을 통칭하여 사용하는 용어이다. 예를 들면, 비가 오는 날에 흔히 마음이 우울할 때가 많다. 그렇지만 어제 가볍게 조깅을 하고 따뜻한 물에 길게 샤워한 뒤 깊게 잠들고 일어난 오늘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지만 기분이 좋다. 이처럼 비가 온다는 외부 조건은 똑같은데 기분이 차이나는 이유는 마음이 아니라 호르몬(혹은 몸 상태)이라는 것이 내 결론이다.
그래서인지 요즈음에는 일상에서 지속가능한 몸과 마음의 리듬(!)을 만들기 위한 꾸준하게 유지하기 위한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매일 큰 변화 없이, 느슨하게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일상을 지속하는 것.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강도로 운동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한담(small talk)을 나누고,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식물을 기르고, 계절에 따라 나의 공간을 장식하고, 적절하게 소비하며, 과음을 하지 않는 것.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하루도 있지만 날아갈 것 같은 하루를 경험하고 나면, 조증이 아닌 이상 그 이후의 추락하는 기분도 느끼게 마련이다. 매일 하늘을 날 수 없을 바에는 극단적으로 기분 좋은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바보같이 느껴진다. 내가 바라는 삶은 산책과 오히려 비슷하다. 뛰더라도 지나가는 동안 경치를 놓치지 않을 정도의 속도와 숨참으로.
예전에는 ‘해야 할(have to) 일’보다 ‘하고 싶은(want to) 일’이 많은 삶이 행복하다는 믿음에 따라(그 믿음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해야 할 일 대비 하고 싶은 일의 비중을 높이는 데에 집착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강박이자 해야 할 무언가라는 것을 깨달았고 현실성도 없는 계획이었다.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도 있다. 지금 나의 전략은 대략 이렇다. ‘하고 싶은 일/해야 할 일’의 값은 1 이상의(? 아니면 내가 행복한 수준의) 적절한 어느 값으로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하게 살아가는 것. 예를 들면 일을 해야 하는 때, 괜히 하고 싶어서 글을 끄적거리는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