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를
고수머리의 설움
임현숙
그녀 머리카락은 반곱슬에다 울창한 솔숲이었다
멋 내기를 알던 날부터
얼굴보다 머리 매만지기에 공들였는데
세월이 허리 굽고 나서
솔숲에 바람길 나고 빗질 한 번이면 다소곳하다
그녀 딸이 그녀를 똑 닮아
속절없는 유전자 타령에 입이 툴툴댄다
'나도 긴 머리 찰랑찰랑하고 싶어요'
미안한 마음을 매직 파마로 달래주기도 하지만
얼마 안 가 다시 돌아오니
날마다 전기 고문 비명 윙윙거리고
화상 입은 곱슬은 더욱 까칠해진다
세월을 따라가다 보면 고분고분해지련만
꽃나이에 멋 내고 싶은 설움이
머릿결 따라 구불구불 흐른다
그녀는 딸의 솔숲을 쓰다듬으며 웅얼거린다
*알라딘 램프의 지니를 불러내고 있다.
-림(20240716)
*알라딘 램프의 지니: 디즈니 영화, '알라딘'의 등장인물로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요정
https://www.youtube.com/watch?v=cL73OFweoU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