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에 젖어 사는 나는 이방인
이방인
임현숙
이국땅에 짐을 푼 지 스무 해
그러나 내 언어는 아직도 국경선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말은 파도처럼 밀려와 귓전에 부서지고
부서진 조각들이 가슴을 후빈다
냉정한 알파벳을 잡으려
머릿속 번역기가 빙빙 돌아가고
미끄러지는 단어들에
내 입술은 얼어붙고 만다
아이의 입에서는 쑥쑥 자라 꽃이 피는데
내 입술은 갓난아기인 이 땅의 언어
하루가 저물면
어눌했던 대화를 옹알이하다가 잠이 들고
입술에 꽃숭어리 한들거리는 꿈을 꾼다
이 땅의 국민이 되어도 국어를 더듬는 나는
반쪽 이방인
터번 히잡 금발 머리 사이에서
모국어에 젖어 사는 이방인 꿋꿋이 푸르러라.
-림(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