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모국어에 젖어 사는 나는 이방인

by 나목


이방인


임현숙



이국땅에 짐을 푼 지 스무 해
그러나 내 언어는 아직도 국경선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말은 파도처럼 밀려와 귓전에 부서지고

부서진 조각들이 가슴을 후빈다

냉정한 알파벳을 잡으려

머릿속 번역기가 빙빙 돌아가고

미끄러지는 단어들에

내 입술은 얼어붙고 만다


아이의 입에서는 쑥쑥 자라 꽃이 피는데

내 입술은 갓난아기인 이 땅의 언어

하루가 저물면

어눌했던 대화를 옹알이하다가 잠이 들고

입술에 꽃숭어리 한들거리는 꿈을 꾼다


이 땅의 국민이 되어도 국어를 더듬는 나는

반쪽 이방인

터번 히잡 금발 머리 사이에서

모국어에 젖어 사는 이방인 꿋꿋이 푸르러라.


-림(20250705)





https://youtu.be/STMYay4JAk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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