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자전거
돌아올 수 없는 길 위에서
임현숙
바퀴 위에서
숨을 다잡고 달려왔다
심장을 밀어
시간의 비탈을 오르고
넘어져서야
하루가 왜 삐끗했는지 알았다
정상을 넘어서
회오리바람으로
몰아가는
세월이라는 자전거
손목의 푸른 맥박이
체인을 감으며
돌아올 수 없는
외길을
따르르 따르릉
흘러간다
하루가 닳아져도
헐거워지지 않는
낡은 체인.
-림(20260114)
돌아올 수 없는 길 위에서
임현숙
볕 좋은 날, 여섯 살 손녀가 두발자전거를 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 발을 떼지 못하더니 어느덧 가파른 길도 씽씽 잘 내달린다. 나도 저렇게 달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중학교 1학년 때였었던가 체육 선생님의 손이 내 자전거에서 떨어진 순간 나는 곤두박질쳤다. 놀람과 부끄러움으로 창백한 얼굴이 홍시가 되었고, 그날 이후 자전거 곁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밴쿠버의 들꽃 향기로운 길 위, 바람을 가르며 바구니를 달고 달리는 상상은 여전히 마음속 로망으로 남아 있다.
이따금 나는 자전거 위 사람들을 보면서 상상의 페달을 밟는다. 두 바퀴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면 금세 한쪽으로 기울고, 페달을 밟는 순간마다 심장은 조급하게 뛴다. 넘어지고 쓰러질 때마다 마음속 작은 분노가 밀려온다. 손에 쥔 것은 단순한 금속이 아니다. 길을 기억하며 떨리는, 보이지 않는 추 하나. 나는 그것을 잡을 수 없지만, 그 뒤에서 상상의 균형을 연습한다. 그리고, 넘어졌을 때야 비로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삶도 자전거를 타는 일과 같지 않을까? 그 외길 위에서 배우는 속도와 균형, 추락과 회복의 감각은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 오르막길에서는 뼛속까지 저며오는 고통의 순간을 감내했다. 비로소 정상에 올라서서 뒤돌아보며 스스로 대견하다 머리 쓸어주었다.
벌써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삶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알만해지니 내리막길이다. 삶의 참맛을 좀 더 오래 느끼기 위해 천천히 굴러가기를 바라지만, 굴렁쇠처럼 내리닫는다.
내리막길을 서서히 구르게 하려면 어떤 제동장치가 필요한 걸까?
삶의 외길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달리는 방식이 다를 뿐,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과정은 모두 같다. 중요한 것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짐 속에서 길을 읽고 자신을 읽는 일이다.
외길의 끄트머리에는 어둠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니면 백야보다 더 빛나는 삶이 펼쳐질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상상의 균형 위에서 뜨거운 불꽃을 가슴에 피우며 달리는 중이다.
-림(202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