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엔진도 씽씽 달릴 수 있다
신호등 앞에서
임현숙
빨강 앞에서
멈춰
그르렁거리는 회전수를
하나 낮춘다
잘 산다는 의미는
어쩌면
불빛이 바뀔 때마다
속도를 되묻는 일인지도 모른다
노랑은 예방주사
무시하고 지나친 자리마다
꿰맨 살이
식지 않은 분화구처럼
벌어져 있다
허우적거리던
분화구에
이정표가 서있다
'허락된 속도 안에서
나를 잃지 않고 달리고 있는가'
뒤쫓아 오는
파랑파랑한 기척에
숨 고르던 맥박이
맑은 물에
숭어처럼 뛰며
목이 쉰 엔진을
씽씽 돌린다
다시
초록불이다.
-림(202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