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이불

오래된 것엔 사연도 깊다

by 나목


낡은 이불

임현숙



열 살 남짓한

여름 이불을 꺼낸다


몸이 오가던 길이

손금처럼 갈라져 있고

보라 꽃잎마다

누에가 실을 잣는다


몸이 찌푸리면

길도 따라 구부러졌고

설레어 잠 못 들 때

신작로가 등 뒤로 뻗어갔다


밤마다

오랜 일기장을 뒤적이듯

갈라진 길을 더듬으면


그날들이 올올이 손을 흔든다


어머니가

구멍 난 스웨터를
버리지 못했던 까닭이


해진 꽃잎에서

줄줄 풀려나온다.


-림(20250722)

작가의 이전글밥그릇이 제 자리에 놓인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