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에 돌아온 이름
임현숙
누군가의 이름으로 불리며
나는 오래 걸어왔네
기대와 순종을 둘러메고
딸의 길을 지나
한 송이 꽃으로
낯선 성씨 아래 뿌리를 묻고
소화제를 벗 삼아
며느리의 시간을 건넜지
하루를 잘게 부수어
아이의 신발을 신겨
끌고 밀었다
돌아보니
나는
꽃이 아니라
꽃을 피우는 흙이었네
이제
익어가는 꽃그늘 아래에서
꽃씨에
햇살처럼 다정히
손을 흔들면 되는 길
비로소
잃었던
내 이름이 돌아와
입술에 붙는다.
-림(202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