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

마음이 머무는 곳

by 나목


탈선


임현숙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법을

아이는 너무 일찍 배웠다


아이의 나침반은 두꺼운 경전을 가리키고

정해진 선로를 순순히 따라갔다


교회의 종소리는 하루의 시계였고

그 울림은 기찻길의 침목 같았다


친구들이 어둠 속 스크린 앞에서

다른 세계를 향해 웃을 때

아이는 교복을 매만지며 마음의 단추를 여미곤 했다


선로를 벗어나지 않음이 자랑이었고

벗어나 보지 못함이 훈장이었다


어쩌면, 스스로 걷는다고 믿으면서도
경전의 문장 끝에 매달려

단 한 번도 땅을 밟지 못한

발 없는 인형이었는지도


잠시 선로를 이탈해
거친 흙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피 맺힌 무릎으로

순종의 문장을 다시 배워야 하더라도


그 한 번의 탈선이
늦게 돋아날 씨앗 하나

묻는 일이었을지도 모르는데


가벼운 탈선 하나쯤 허락할 수는 없었을까


어른이 되어서야

한 발을 슬쩍

선로 밖으로 내밀다가

멈칫

종소리는 멀어졌어도


나침반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흔들린다.


-림(20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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