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을 내려 놓으며
가장 잔인하고 슬픈 말
임 현 숙
내 입술 안에서 가장 슬픈 문장이 칼을 갈고 있습니다
언제든 튀어나와 당신 심장을 깊숙이 찌르고 말 것입니다
조금만이라는 시간은 달콤한 고문이어서
입술 앙다물고 버텨왔는데
길고 긴 푸른 기다림은 신기루였습니다
아직은 끝이 아니라 말하고 싶겠지만
홀로 애써 온 당신을 더는 바라볼 수 없어
이제 내 악한 혀가 당신을 죽이려고 합니다
가장 잔인하고 슬픈 말
'조금만 참으라는 당신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오늘도 칼날이 파리한 입술 사이로 번득이는데
차마 당신을 죽일 수 없어
나약한 입술에 철 빗장을 지릅니다.
-림(2016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