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목 Apr 12. 2024

칼꽃의 바람

상냥하게 말해요



칼꽃의 바람 


임현숙



전화기 너머에서

칼과 칼이 부딪치고

핏빛 칼꽃이 만발해요 

동물의 말소리처럼

음성도 억양과 색깔이 다 다르죠

싫은 소리도 상냥하면 달콤하게 들리고

예사말도 거칠면 욱하게 해요 

꽃잎에 베인 가슴에

핏방울이 맺히고

터질 때마다 성품이 드러나지요 

카나리아처럼 말하고 싶은데

입술이 길길이 칼꽃을 피우니

귀를 봉해야 할까

입술을 잠가야 할까요.  



-림(20220817)

이전 23화 하루 요리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