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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 Feb 23. 2024

하루 요리하기

새날의 일기


하루 요리하기


임현숙




손등에 핏줄 미로가 그려진 여자

배추통만 한 무를 자른다


큰 칼이 무 허리에 박혀 꼼짝을 안 한다

다 써가는 치약을 짜듯 파르르 떠는 입술

산다는 건 내 안의 진액을 쥐어 짜내는 것이라며

칼을 이리저리 달래 본다


미로가 산봉우리처럼 솟아나며

무가 두 동강 난다

산다는 건

한 걸음 한 걸음 산마루를 향해 오르는 것이지

산기슭이나 산허리에서 멈출지라도

걸음마다 온 힘을 다했다면 잘 살고 있는 거야

 

손등에 히말라야 봉우리가 푸르게 솟은 그 여자

몇 굽이 산비탈에서 하루를 깍둑썰고 있다. 

 
 

 -림(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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