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의 일기
하루 요리하기
임현숙
손등에 핏줄 미로가 그려진 여자
배추통만 한 무를 자른다
큰 칼이 무 허리에 박혀 꼼짝을 안 한다
다 써가는 치약을 짜듯 파르르 떠는 입술
산다는 건 내 안의 진액을 쥐어 짜내는 것이라며
칼을 이리저리 달래 본다
미로가 산봉우리처럼 솟아나며
무가 두 동강 난다
산다는 건
한 걸음 한 걸음 산마루를 향해 오르는 것이지
산기슭이나 산허리에서 멈출지라도
걸음마다 온 힘을 다했다면 잘 살고 있는 거야
손등에 히말라야 봉우리가 푸르게 솟은 그 여자
몇 굽이 산비탈에서 하루를 깍둑썰고 있다.
-림(202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