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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Jun 13. 2022

211  친자관계소송 개관

(2011년 11월 21일 칼럼 기고)

홍길동은 어려서부터 도술을 익히고 장차 훌륭한 인물이 될 기상을 보였으나, 태생이 천하여 호부호형(呼父呼兄)하지 못하는 한을 품다가, 결국 갖은 시련과 의적생활 끝에 율도국 왕이 되었습니다. 이에 홍길동은 법률사무소를 찾아와 상담을 합니다. 


『현재 제 호적(가족관계등록부)에는 모친만 적혀 있고, 부친 홍판서는 올라와 있지 않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법적 방법이 있나요? 또한 제가 율도국을 다스리느라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아버지로부터 나중에 상속을 받을 수도 있는 건가요?』      

   



자연법칙상 자(子)의 출산에는 한사람의 아담과 한사람의 이브가 필요한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이를 포태하여 출산한 여자가 모(母)가 됨에는 이론이 없습니다. 탯줄로 이어진 명확한 모자관계인 것이지요. 그래서 미혼모의 아이와 같이 태어난 아이가 혼인중의 자가 아닐 경우에는 어딘가에 부(父)가 존재할 것이 자연법칙상 명백하더라도 현행법상 부친란을 공란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적인 모는 이와 다를 수 있는데, 최근 도입된 ‘친양자입양’의 경우에는 양부모와의 친양자관계만 남게 되어 친부는 물론 친모 또한 법적인 부모가 아닙니다. 또한, A남이 바람피워 난 아이 C를 A남과 B녀의 친생자로 출생신고하였다면, 생물학적으로는 C가 B녀의 자식이 아니지만 법적으로는 모자관계를 유지하며, 출생신고에 B녀의 동의도 있었다면 최소한 입양의 효력이 있습니다. 드물긴 하지만 신생아실에서 아이가 뒤바뀐 경우처럼 생물학적 모와 법적인 모가 다른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인이 혼인중에 아이를 낳았다고 할지라도 수정된 정자가 남편의 씨앗인지 아니면 다른 남자의 것인지에 관해서는 자의 출생시점에 명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남편이 아내의 출산시마다 매번 아이의 유전자를 감식한다는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부부관계의 근간을 해치는 일이며, 더욱이 현대와 같은 정도로 생명과학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발가락이라도 닮았다고 믿어야 하는 것이지요. 

즉, 가족제도에서 부자관계의 설정은 자의 재정적․정서적 안정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생물학적 요인 이외에도 ‘가정의 평화’, ‘자의 법적 안정성’ 등 사회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친생자추정과 친생부인의 소  (추가 : '친생부인 허가청구')   


이에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에도 모의 임신기간은 경험칙상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실이었으므로, 임신기간을 감안하여 출생시점이 어느 기간범위에 들어오면 혼인관계에 있던 남편의 친생자임을 법률적으로 추정하는 제도가 자리잡았던 것입니다. 우선, 민법 제844조는 ① A남과 B녀가 혼인신고한 상태에서 아이를 잉태했다면 그 아이는 A남의 자로 추정되고, ② 아이가 혼인성립 200일후 또는 이혼․사망 등으로 인한 혼인관계종료 300일 이내에 출생하였다면, 비록 법률적 혼인상태에서 잉태한 것이 아니더라도 임신기간 7~10달을 감안하여 A남의 자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남편이 생식불능이거나 아이와 혈액형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는 친생자추정을 번복할 수 없고, 친자관계를 부정하고자 한다면 민법 제847조에 따라 부(夫) 또는 처(妻)가 다른 일방 또는 자를 상대로 하여 친자관계부정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야만 합니다(혼인관계종료 300일 이내에 출생의 경우 2017. 10. 31. 신설된 민법 제854조의2에 따른 친생부인 허가청구 가능). 간혹, 여자가 재혼성립 후 200일 이후 출산하는 등 친생추정 적용이 애매한 경우에는 민법 제845조에 따라 ‘부를 정하는 소’를 제기하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친생추정 번복과 친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     


다만, 남편과 자 사이에 인종(人種)의 차이가 있거나, 남편의 입대․재감․외국체류․장기간 별거 등 ‘외형상 아내가 남편의 자를 포태하였다고 보기 불가능한 경우’에는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기간제한없이 민법 제865조에 따라 친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사후인지 또는 인지청구     


실질적인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출산했지만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부’가 모의 생면부지의 자거나 정재계 인사로서 노출을 꺼려하는 경우에는 혼인중의 자가 아니어서 생물학적 부친은 있으나 법적인 ‘부’가 없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혼인외 자의 경우 A남이 C를 ‘내 자식이다’라고 인지(認知)신고를 하거나 B녀와 혼인신고를 한다면 A남과 C사이에 법적 친자관계가 성립하게 됩니다. 물론 C 또는 B녀는 A남에게 민법 제863조에 따라 인지청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사례의 경우     


최근 유전자감식기술의 발달에 부응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 인지청구 등 친자관계소송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맞추어 친자관계소송의 개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홍길동의 사례에서는 홍판서에게 인지청구소송을 하고, 그에 따라 친자관계가 출생시에 소급하여 인정된다면 상속을 받을 수 있음은 당연합니다. 다만, 홍판서가 이미 사망했다면 홍길동은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내 검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며(제864조), 상속개시후 피인지자가 된 홍길동은 나머지 상속인들에게 상속지분 또는 그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제101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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