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5일 칼럼 기고분)
45억 년 지구 역사 중 1~2억 년 전 쥬라기는 공룡이 지구의 주인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에는 집채보다 큰 공룡들도 많이 살았다고 하는데, 몸무게가 수십 톤에 달하니 하루에 먹고 싸는 양도 어마어마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잡식성 공룡 X가 묘안을 생각해냅니다. “내가 매번 왔다 갔다 먹을 것을 찾아다닐 것 없이, 초지 주변 길목에 배설물로 내 영역표시를 하고 그 길목을 지나가려는 다른 초식, 육식 공룡들에게 통행료를 받으면 괜찮겠다.”는 것이었지요. 실제로 X가 날카로운 이빨과 꼬리에 달린 무시한 뿔로 살짝만 위협해도 다른 공룡들은 얼른 자신이 먹을 먹이를 내놓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얘기하는 ‘슈퍼갑’에 버금간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X는 통행료 징수가 꽤 짭짤하다 보니 괜찮은 길목 몇 군데를 더 발견하여 자신의 영역표시를 하고, 그 지역을 자신의 자식, 친척들에게 분양해주고 그 이익을 몇 퍼센트씩 받기로 하였습니다. 쥬라기 최대의 혁명적인 발상이었기에 공룡의 왕이었던 X의 동족들은 대부분 X를 따라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보다 약한 공룡들이 잘 보게끔 암벽에다가 ‘사유재산권은 절대적이다’라는 식으로 표시해놨습니다.
시간이 흘러 X와 그의 친인척들에게 바쳐야 할 통행료 부담에 못 이긴 공룡들이 영양실조로 죽어갔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X의 동족들도 멸종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 약 300만 년 전 직립 보행하는 포유류가 출현하더니, 그 후손들이 농경과 목축을 시작하였고, 결국엔 국가를 만들어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재산’이 ‘모든 악의 뿌리’라고 하였으나, 그렇게까지 폄하하진 않더라도 어떠한 갈등 상황을 만들어낼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에서는 재산권, 특히 토지재산권 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23조는 “①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하고, 헌법 제119조는 “①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②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산권 중에서도 토지라는 재화가 지닌 특성을 고려하여 헌법 제120조 제2항은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 제122조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즉, 토지는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각종 산물의 생산 원천이자, 경제활동의 원천인 자본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반하여, 증가하지 않는 재산이고, 이를 대체할 다른 재산도 없으므로, 토지소유권을 남용하거나 소수가 독점하게 되면 부의 분배에 왜곡을 초래할 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에도 커다란 지장을 초래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에 비해 비좁은 국토에 살면서도 도시화 및 산업화에 따라 가용 가능한 토지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따라서 국가는 토지에 대한 사적 재산권을 절대적으로 보장해줄 수 없고 때에 따라 공익적 차원에서 적절한 규제와 계획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식량생산의 기초인 농지에 대하여 헌법 제121조는 “①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②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토지재산권에 대한 보장과 제한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1987년 이후 노태우 정부는 이른바 토지공개념을 도입하여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의 환수 등에 관한 입법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려는 정책을 강력하게 펼친 바 있으나,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일부 법률은 위헌 선언으로 폐지되기도 하였습니다.
토지에 대한 입장 차이는 여전합니다.
누군가는 아직도 규제가 약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너무 규제가 심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