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7일 칼럼 기고분)
'세상의 빛과 소금과 같은 사람이 되자'는 좌우명을 가진 여중생 하나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도시계획과 공무원인 아빠와 함께 인생계획을 짜는데, 일단 "고교생활계획"을 수립합니다.
<목표>는 좋은 성적에 자신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당당히 합격하여 자아실현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고, 계획의 종류는 3년 계획, 학년.학기별 계획, 월별 계획 등으로 세분화되며, 각종 중간고사․기말고사 등을 대비한 벼락치기 계획도 때에 따라 적절히 첨가될 예정입니다.
인생에 시험이나 대학이 전부가 아니므로 각종 여가생활계획도 상당한 비중으로 구상해봅니다.
계획이 세워졌으니 이젠 그 계획을 실시(실행)해야겠지요.
아버지가 딸에게 얘기합니다.
너의 고교 계획에 있어 공부가 ‘개발’이라면, 여가나 쉼은 ‘환경’이다.
너의 3년 시간이 모두 네 땅이라 생각하고 개발과 환경이 잘 조화된 멋진 도시를 꾸며 보거라.
물론 앞으로의 3년은 인생 전체의 측면에서 보면 개발이 집중되는 시기일 수도 있으니 보다 신중하게 너의 미래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너의 관심이나 흥미 또는 원하는 학과가 달라질 경우도 있으니 계획과 실시에 나름의 융통성을 주고 유보된 시간도 만들어 놓거라.
마지막으로 너의 계획 중 중요한 부분이 달라지게 될 때에는 아빠, 엄마 또는 네가 존경하는 분과 꼭 상의하거라. 알았지? 우리 딸 화이팅!!
‘시간’이 인간에게 한정된 삶 그 자체라면,
‘국토’는 인간에게 삶의 터전으로서 그 역시 한정된 자산입니다.
국가가 국토의 계획과 이용을 구상함에 있어 그 <목표> 란에 어떻게 써넣을까요?
우리나라는 '국토기본법' 제2조에다가 ‘개발과 환경의 조화, 균형있는 발전, 국가 경쟁력 향상, 국민의 삶의 질 개선,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써놓았군요.
그다음에 국가는 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존재의 지향점, 즉 국토가 지향해야 할 발전방향을 마련합니다.
그것이 바로 통상 20년 단위로 수립되는 국토종합계획(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수도권정비계획 포함)인데, 이를 기초로 부문별 계획이 수립되기도 하고 자자체 별로 도시․군종합계획이 수립되기도 하며 수도권, 광역권, 특정지역 등에 대한 지역계획이 마련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좀 더 구체화된 것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따른 각종 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 지구단위계획과 토지이용계획(용도지역․지구․구역) 등입니다. 너무 빡빡한 계획은 세워놓지 않은 것만 못할 수도 있기에 계획이나 규제가 보다 융통성을 발휘하도록 '토지이용규제기본법'이란 것도 만들어 놓습니다.
30년 인생계획과 같은 큰 계획은 너무 추상적이거나 중도에 변경될 수도 있으므로 삶에 있어 실질적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세부 계획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중생이 세운 고교생활계획이 그와 같다고 할 수 있고, 그중엔 여름방학 계획, 벼락치기 계획, 다이어트 60일 프로젝트 등도 포함되겠지요. 국토계획도 마찬가지여서 ‘도시관리계획’이나 ‘지구단위계획’ 또는 개발사업의 '실시계획' 등의 세부 계획이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 처럼 활용됩니다.
국토는 용도지역을 중심으로 볼 때 크게 도시지역(주거․상업․공업․녹지)과 비도시지역(관리․농림․자연환경보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한편, 국토의 개발은 택지개발사업, 산업단지개발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 도시개발사업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각종 개발사업의 시행으로 비도시지역이 도시지역(city)으로 변경되거나 도시지역화되며, 도시지역에서의 개발사업시행은 도시지역을 재정비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변동이 수반됩니다. 꿈이 바뀌었는데 기존의 계획대로 시간을 쓸 수 없는 것처럼, 인생의 중간중간에 필요에 따라 실시해야 할 주요 과업들이 생겨나면 이에 따라 시간 이용의 배치와 규모가 달라지는 것이지요.
[코멘트] 각종 개발사업은 계획과 실시, 준공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은 여러 성격의 다양한 개발행위의 결합체이므로 절차적으로 상위 기관의 지정, 협의(동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국토의 이용이 바뀌면 환경도 변화하기 때문에 각종 심의, 주민의견청취,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도 거쳐야 비로소 개발행위의 허부가 결정되고 그 논의 과정에서 확정된 세부계획이 실시됩니다. 이때 개발행위의 중심은 토지이용계획(평면적 토지이용계획과 입체적 시설계획)의 변동인데 그 변동은 주요 시설을 둘러싼 기반시설의 설치․개량․정비 등을 수반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구역별로 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이 정해지고 이에 따라 개별 개발행위의 허용 여부가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각종 지구지정을 통한 통합 개발이 진행될 경우에는 우선 “토지이용계획 및 주요 기반시설계획”이 수립되고, 이를 기초로 하여 “도시관리계획” 및 “지구단위계획”을 포함한 개발계획, 실시계획이 결정된 다음(국토계획법 제2조 제4호, 제52조 제1호 등), 이에 부합한 개별적인 건축행위, 기반시설 조성 등이 진행됨으로써 도시공간이 구축되거나 재정비되는 것입니다.
인생은 돌이키기 어려워서 세부과업 계획을 잘 마련해야 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것처럼, 계획에 따라 이미 설치된 시설․건축물 또한 변경하긴 어렵기에 국가나 지자체는 종합계획이나 기본계획을 잘 세우고 도시관리계획 등 각종 국토이용의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도구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