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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Nov 21. 2017

024 家와 富의 대물림

(2011년 9월 12일 칼럼 기고분)

제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SF 공상과학영화 중에 대기업이 다스리는 미래사회를 보여주는 영화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기업 X’는 자체적인 군수산업, 보안산업을 기반으로 군과 경찰을 장악하여 질서를 유지하고, 다양한 상품을 국민들에게 팔아 막대한 수익을 거두어들이는 한편, 국민 개개인의 모든 사생활 정보를 통제합니다. 국가는 이름만 있을 뿐,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생활영역이 ‘대기업 X’에 의해 지배됩니다. 




대기업 X에 줄을 대시오


2011년 현재, 위와 같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기업 X’는 존재하진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의 시장 잠식’ 문제는 '대기업 X'의 단편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지금 중소업체의 사장님들 말인 즉, "사장직 버리고 대기업의 하청에 하청에 재하청이라도 줄 대야겠다"는 것입니다. 내 명예와 내 이름 건 중소기업인, 소상공인 될 생각 말고, 대기업 꽁무니에서 부스러기로 던져주는 것들을 받아 먹는게 차라리 굶어 죽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전 국민의 간부화'가 아니라 '전 국민의 대기업 사원화'를 연상케 합니다.  


대기업의 시장 잠식의 대표 격인 SSM(슈퍼슈퍼마켓)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MRO(소모성 자재구매대행), SI(시스템 통합), 건설하청, 광고하청 등에서 심각했는데, 이중 소상공인을 고사시키는 MRO는 특히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애들 코묻은 돈까지도 대기업이 가져가겠다는 것이니까요.



다단계 후손들에게 사장 자리 하나씩


대기업의 시장 잠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대한민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그 이면에는 ‘家를 중심으로 한 富의 대물림’이 그 원인인 것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가족제도는 중국의 종법제를 계수한 조선시대의 가족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중국의 종법제는 남계혈통계속주의와 족외혼제의 2원칙을 그 내용으로 하는 ‘家’ 위주의 사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념에 따르면 ‘家’는 과거의 조상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현재의 가족을 거쳐 미래의 자손에게 연결되는 초시간적 집단이었고, 결국 현시대를 살고 있는 가족 구성원은 家長을 중심으로 선대로부터 이어받은 지금의 家를 발전시켜서 자손에게 인계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60~70년대 소상공인에서 시작하여 대기업을 이룩하신 왕회장님의 자녀들이 현시대의 대기업 총수 자리를 이어받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손들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家長의 역할은 본처는 물론 후처의 자식들에게까지 ‘한 자리’씩 분배함으로써 당시까지 이어받은 부를 인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왕회장님의 7남매와 그 인척들은 물론, 그 밑의 손자녀․증손자녀 및 인척까지 富가 보장된 자리가 필요했던 것이지요. 여기서 다수의 MRO, SI업체들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코멘트] 기업의 주인은 다수의 주주이긴 하지만 자본시장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소유'와 '경영'은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은 주가 상승이나 배당금에 관심이 많을 뿐이어서, 주식차트가 상승세로 뻗어나간다면 경영자가 무슨 일을 하든 눈감아 줄 수도 있고, 반대로 돈이 되지 않을 거라 보이면 기회를 옅보아 주식 팔고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자들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비교적 소수지분을 가진 경영자들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기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공정한 거래질서 위배


하지만,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나 지원행위는 현행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① 우선,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는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판례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편입니다. ② 한편, 동법 제11조의 2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특수관계인을 상대방으로 하거나 특수관계인을 위하여 ‘대규모 내부거래(자본금의 10% 또는 100억 원 이상)’를 하고자 하는 때에는 미리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후 이를 공시하도록 규정하였지만, 다수의 ‘소규모’ 거래로 이루어진 MRO, SI는 ‘대규모 거래’가 아니라는 이유로 위 제한을 피해갔던 것입니다. ③ 기타 중소시장 잠식을 예방하기 위한 기업결합 제한(동법 제7조) 등의 논점도 있습니다. 



보름달처럼 넉넉한


물가폭등, 경제 추락 등의 상황에서 서민들은 추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대기업 계열사별 내부거래에 대해 상속세․증여세까지 부과하고, 대규모 거래의 기준을 하향 조정함으로써 규제대상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안까지 거론하면서 심란한 중소상인들의 마음을 달래보기도 하지만, 서민들은 ‘말뿐인가’ 하여 냉담한 상황입니다. 


피로 맺어진 인연이 가볍지 아니하나,
보름달처럼 넉넉한 相生의 덕목 또한 결코 경시될 수 없을 것입니다.     




[상법 상 내부거래 규제조항]

제398조 (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 [전문개정 2011.4.14] [[시행일 2012.4.15]]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하여는 미리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이사회의 승인은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하고, 그 거래의 내용과 절차는 공정하여야 한다.
1. 이사 또는 제542조의8제2항제6호에 따른 주요주주
2. 제1호의 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3. 제1호의 자의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4.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자가 단독 또는 공동으로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진 회사 및 그 자회사
5.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자가 제4호의 회사와 합하여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진 회사

제542조의9 (주요주주 등 이해관계자와의 거래) [개정 2011.4.14] [[시행일 2012.4.15]]
① 상장회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상대방으로 하거나 그를 위하여 신용공여(금전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의 대여, 채무이행의 보증, 자금 지원적 성격의 증권 매입, 그 밖에 거래상의 신용위험이 따르는 직접적·간접적 거래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거래를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주요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
2. 이사(제401조의2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및 집행임원
3. 감사
③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최대주주, 그의 특수관계인 및 그 상장회사의 특수관계인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상대방으로 하거나 그를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거래(제1항에 따라 금지되는 거래는 제외한다)를 하려는 경우에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1. 단일 거래규모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인 거래
2. 해당 사업연도 중에 특정인과의 해당 거래를 포함한 거래총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이 되는 경우의 해당 거래
④ 제3항의 경우 상장회사는 이사회의 승인 결의 후 처음으로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에 해당 거래의 목적, 상대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보고하여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관련 판례법리]

<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1두6517 판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7호에서 부당지원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여 이를 금지하는 입법 취지가 공정한 거래질서의 확립과 아울러 경제력집중의 방지에 있는 점과 법 제23조 제1항 제7호, 제2항, 법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 제10호의 각 규정을 종합하면, 지원행위가 부당성을 갖는지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지원주체와 지원객체와의 관계, 지원행위의 목적과 의도, 지원객체가 속한 시장의 구조와 특성, 지원성 거래규모와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및 지원기간, 지원행위로 인하여 지원객체가 속한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이나 경제력집중의 효과 등은 물론 중소기업 및 여타 경쟁사업자의 경쟁능력과 경쟁여건의 변화 정도, 지원행위 전후의 지원객체의 시장점유율의 추이, 시장개방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해 지원행위로 인하여 지원객체의 관련시장에서 경쟁이 저해되거나 경제력 집중이 야기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가 저해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1두7220 판결 등).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두36112 판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7호 의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의 한 유형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10호 (나)목의 ‘부당한자산ㆍ상품 등 지원’ 행위에서 ‘현저히 낮거나 높은 대가’의 거래란 당해 거래에서의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차이가 ‘정상가격’에 의한 거래에 비해 현저히 낮거나 높은 거래를 말하고, 여기서 정상가격이란 당해 거래 당사자들 간에 이루어진 경제적 급부와 동일한 경제적 급부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등이 동일 또는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간에 이루어졌을 경우 형성되었을 거래가격 등을 의미한다. 한편 정상가격이 부당한 지원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요소가 되어 부당한 지원행위에 따른 시정명령이나 과징금부과 등 제재적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의 근거가 된다는 점이나 구 공정거래법이 부당한 지원행위를 금지하는 취지 등을 고려할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당해 거래와 동일한 실제 사례를 찾을 수 없어 부득이 유사한 사례에 의해 정상가격을 추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단순히 제반 상황을 사후적, 회고적인 시각에서 판단하여 거래 당시에 기대할 수 있었던 최선의 가격이나 당해 거래가격보다 더 나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 하여 가벼이 이를 기준으로 정상가격을 추단하여서는 안 되고, 먼저 당해 거래와 비교하기에 적합한 유사한 사례를 선정하고 나아가 그 사례와 당해 거래 사이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조건 등의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살펴 차이가 있다면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정상가격을 추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정상가격이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합리적으로 산출되었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어디까지나 시정명령 등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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