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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Oct 30. 2017

130 문서 범죄

(2015년 1월 19일 칼럼 기고분)

친구를 위해 보낸 가짜 연애편지는 문서위조인가요?



문서범죄에서의 '문서'


문서(전자문서를 포함)는 오늘날의 문명사회에 있어서 법률적인 권리의무관계를 비롯하여 경제적 거래 등 중요한 사회생활의 사실관계를 처리하거나 증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문서의 증명력과 문서에 들어있는 의사표시의 안정․신용’을 보호하기 위하여 문서의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혁적으로 보면 ‘문서’는 “서면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증인”으로 취급되어 문서죄는 위증죄와도 관련성이 깊습니다. 문서의 개념에 관하여 형법상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판례는 “문자 또는 이에 대신할 수 있는 가독적 부호로 계속적으로 물체 상에 기재된 의사 또는 관념의 표시원본 또는 이와 사회적 기능, 신용성 등을 동시할 수 있는 기계적 방법에 의한 복사본으로서, 그 내용이 법률상.사회생활상 주요 사항에 관한 증거로 될 수 있는 것이라 표현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도788 판결 등).


즉, 문서에 관한 범죄에서 그 객체가 되는 ‘문서’는 일정한 법률관계(권리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 등) 또는 사회 생활상 중요한 사실(법적인 의미를 가진 사실관계)에 관해 표시한 것이어야 함은 물론 또한 이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연으로 상심해 있는 친구를 위한답시고 명의를 도용해서 '오빠, 저 오빠 관심 깊게 보고 있어요. 후배 000 올림'이라고 가짜 연애편지를 쓴 다음,  ‘짜샤! 세상엔 여자가 반이야. 여기 09학번 여자 후배가 너한테 건네주라더라.'  쪽지를 그 친구에게 전달했을 경우, 그 연애편지는 ‘법적 의미를 가진 사실관계에 대한 문서’가 아니어서 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물론 희망고문은 될 수 있겠죠.



문서범죄에서의 '범죄'


그러면 위와 같이 일정한 문서에 대하여 어떤 행위를 하게 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걸까요.


문서는 크게 그 형식과 내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형식에서 중요한 사항은 작성일자, 작성명의자 등이라 할 것이고, 내용에서 중요한 사항은 그 문서가 작성되거나 그 문서를 통해 이루려는 목적이라 할 것입니다. 형식을 중시하면 문서의 작성 명의의 진정 또는 문서의 성립의 진정을 보호하게 되고, 실질을 중시하면 작성 명의의 진정 여부를 떠나 문서의 사실 내용에 대한 진실을 보호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작성권한 없는 자가 타인명의의 문서를 작성하는 유형위조(有形僞造), 형식위조(形式僞造)의 처벌을 원칙으로 하고, 작성권한 있는 자가 문서의 내용에 허위사실을 기재하는 무형위조(無形僞造), 내용위조(內容僞造)의 처벌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말이 복잡하지요? 간단히 말해서 남의 이름을 도용해서 공문서나 사문서를 작성했다면 그 문서의 내용이 진실하냐 여부를 막론하고 처벌하게 되며, 작성 명의자가 쓴 것은 맞는데 그 내용이 진실하지 않은 경우에는 공문서, 공적 문서나 진단서 등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처벌한다는 것입니다. 후자와 관련하여 일반인인 갑과 을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 내용 중 매매금액에 관하여 업계약서 또는 다운계약서를 썼다면 그것이 부동산실거래신고법 위반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받거나 차후 세무상의 불이익을 얻을 지라도 문서죄로 처벌되지는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범죄방식


문서죄의 내용으로는 위조죄, 변조죄, 자격모용죄, 허위작성죄 등이 있는데, 정당한 작성권한 없는 자가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위조”라고 하고,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타인 명의문서를 그 이후에 권한 없이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정도의 변경을 가하는 것을 “변조”라고 합니다. 한편 명의 자체를 도용한 것은 아니고 자신의 이름으로 쓴 것은 맞는데 타인의 자격(예컨대 대표이사, 지배인 등)을 모용하여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 도화 등을 작성한 경우를 “자격모용”이라 합니다. 작성권한 자체는 있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한 것을 두고 “허위작성”이라 하며, 앞서 본 것처럼 그 대상은 신용성이 생명인 공문서와 진단서(검안서, 출생증명서, 사망증명서 포함)에 국한됩니다. 한편,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원본 또는 이와 동일한 전자기록 등에 사실과 다르게 허위 기재되도록 하는 것을 “공정증서원본등 불실기재죄”라고 합니다.  


한편, 문서죄는 문서에 대한 신용을 위태롭게 함으로써 처벌되는 것이어서 특정인에 대한 구체적인 손해를 입힐 것을 요하거나 그러한 위험이 있을 것을 요하지는 않지만 추상적으로나마 문서의 신용을 해할 정도의 위험이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0도14587 판결 등).


또한, 문서죄는 행사할 목적으로 작성되어야 하므로, 자신이 홀로 사모하는 여자의 명의를 도용하여 "자신과 그 여자의 명의로 된 혼인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혼자서 볼 생각으로 작성한 것일 뿐 어떠한 사실증명이나 법적 효력을 염두하여 행사할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었다면 문서위조라 할 수 없습니다. 바보짓일 뿐이지요.



언제 그녀와 진짜 혼인계약서를 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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