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3일 칼럼 기고분)
의사들을 직접 만나보면 인간의 생명․신체를 직접 다루다 보니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의료행위 이후 경과가 매우 좋지 않거나 나아가 사망이란 중대한 악결과가 발생하였다면 의료과실 여부를 떠나 자신에 대한 자괴심과 질책으로 괴로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수년이 지나 어느 정도 실력과 명성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불현듯 과거의 환자가 생각나면서 ‘그때 그 사람을 살릴 수도 있었는데...’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한 삶의 경험과 임상경험을 통해 의사들도 성숙해가는 것이겠지요.
좋은 의사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실력일 테고, 둘째는 환자를 아끼고 보살피려는 마음일 것입니다.
물론 우선순위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둘 다 놓칠 수 없는 덕목입니다.
오늘은 법률에서 말하는 좋은 의사의 최소 조건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환자의 생체를 대상으로 하여 물리적, 화학적 작용에 의한 신체 침해가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고 환자 개개인이 가지는 신체적, 정신적, 환경적 조건이 각각 다르므로 의사가 현대의학의 모든 기술을 다하여 진료를 한다고 할지라고 의학 자체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예상외의 결과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의료인은 의학 자체가 비록 불완전할지언정 질병의 완치를 위한 진찰․검사 → 진단 → (설명) 치료 → 경과 관찰 ⇒ (전원), 진찰․검사 → 진단 → 치료 → 경과 관찰... 등 의료행위의 전 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최선의 의술을 행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의료인은 진료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며,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선의 처치를 하여야 합니다(의료법 제15조). 그리고 환자의 진료를 맡게 된 의사들로서는 환자의 제 증상을 관찰하고, 환자의 과거 병력이나 호소 내용, 가능한 한 사전에 필요한 모든 검사를 철저히 시행한 후 환자의 증상에 따른 확실한 진단을 하고 그 진단에 따라 의학적으로 기대되는 적절한 치료 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특히, 발열, 오한, 흉부 통증 등 판단이 어려운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질환을 확진하기 위하여는 유사한 증상을 가진 다른 질환을 의심해보거나 확진을 위하여 보다 철저한 검사를 실시하여야 합니다.
진단에 따른 치료 조치로 환자의 증상에 호전이 없는 경우에는 그 치료에 대한 기술이나 지식을 갖추지 못한 결과이므로 지체 없이 다른 분야 전문의의 진단을 받게 하거나 그 치료에 대한 기술이나 지식을 갖춘 의료진이나 의료시설이 완비되어 있는 다른 병원의 진찰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합니다.
한편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 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의료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하게 됩니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09다45146 판결).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 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 및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지므로, 그것이 임상의학 차원에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진 않습니다(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3707 판결 등).
형사사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료사고에서 의료종사자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종사자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러한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과 의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됩니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도13959 판결). 한편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의료행위를 하여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과실로 인한 형사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상해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취득 과정의 잘못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010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