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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Nov 01. 2017

133 교통사고

(2015년 4월 13일 칼럼 기고분)


교통사고의 개념


‘교통사고’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것을 말하는데(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2조 제2호), 풀어 말하자면 자동차를 그 본래의 용도인 사람 또는 물건의 이동이나 운송을 위하여 운전하여 이동시키는 행위의 과정에서 발생한 대인․대물사고를 말합니다. 


따라서 형사책임에서 전제되는 ‘교통’이란 민사책임이 문제 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조 제2호에 정한 운행’의 개념보다는 협소하되, 교통사고라면 반드시 '도로교통법'상 '도로'에서 발생한 것에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과거의 판례를 살펴보면 차량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운전자의 과실이 존재한다면 직접적인 충돌이 없더라도 교통사고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대인교통사고를 내게 되면 우선적으로 문제 되는 것은 형법 제268조 소정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입니다. 


여기서 ‘업무’란 사람이 사회생활상의 지위, 필요성 등에 기하여 계속하여 행하는 사무로서 ① 수행하는 직무 자체가 위험성을 갖기 때문에 안전배려를 의무의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②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의무의 내용으로 하는 업무도 포함됩니다. 위험업무의 예로는, 자동차 등의 운전업무(교통사고), 안전설비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무(안전설비사고), 의료종사자의 수술․투약 등 의료행위(의료사고), 경찰관 등 무기휴대 사용자의 무기 사용 행위(무기 사고), 광산, 토목공사, 전기가스시설 현장 등에서의 폭발물․위험물취급행위(폭발물등사고), 기타 공사 및 작업현장에서 안전시설 운영 및 위험장소 관리행위(시설물 사고) 등을 거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그 발전의 정도에 비례하여 위험이 증대된 위험사회이어서 그 위험의 통제 또는 발생억제를 위하여 복잡한 규칙을 정하고 다층적인 지휘감독 또는 협업체계, 신뢰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국면에서 업무상 과실범의 성립범위를 제한하는 ‘허용된 위험’, ‘신뢰의 원칙’이란 법리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즉 시설이나 업무 자체에 잠재되어 있던 일정한 위험이 현실적인 악결과로 표출된 경우, 그 원인을 ‘구체적인 개인의 과실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위험이 일상화되고 불가피한 사회에서의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하려는 경향도 있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는 현대사회에서 거의 필수적인 문명의 이기 중의 하나지만 차체가 강성의 무거운 물질로 이루어진 데가 이동 과정에서 커다란 파괴력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은 위험업무입니다. 그런데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므로(인간의 인지능력 자체가 제한적입니다), 운전 중에 대인사고를 야기한 경우라 하더라도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했다면 운전자의 과실이 부정되거나 과실과 사고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는 사망사고나 도주 또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과속, 음주 등의 관점에서 죄질이나 결과, 과실 정도가 중대하지 않은 ‘단순 상해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처벌하지 않는 취지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두고 있습니다. 형사적으로는 비범죄화하고 민사적으로만 해결하겠다는 것이죠.   



사고 후 미조치, 뺑소니


다만, 교통사고가 운전자의 과실없이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즉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되지 않더라도)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제148조에 따라 사고를 인식하였음에도 사상자 구호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처벌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운전자가 교통신호를 준수하지 않았거나 전방 좌우 주시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에는 과실이 인정되는데, 이때 운전자가 위와 같은 사고 후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도주(현장이탈)하거나 유기․도주하여 사고유발자가 누군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고 피해 발생 여부조차 불분명하게 할 경우엔 교통범죄 중 최상위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3에 의한 도주차량, 소위 뺑소니로 엄하게 처벌됩니다. 여기서 사고 후 조치 의무의 대상이 되는 상해의 정도가 아주 경미하고 나름의 확인 절차도 거쳤다면 본 죄의 성립이 부정되지만, 도주의 의사는 미필적 의사로 족하므로 ‘무엇인가 일어났음’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경우라면 뺑소니로 인정될 수 있으니 이점에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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